우수 경주마를 생산하려면 수십년에 걸쳐 우수 품종을 꾸준히 교배시켜야 가능하다. 수억원 수입 ‘씨암말’이 명마를 생산한다. 

한편 죽어라고 달려 성적이 뛰어나 ‘씨수말’로 발탁된 경마장 종마(種馬)는 그날부터 팔자를 고친다. 온갖 보살핌과 호사를 누리며 발정기의 암말을 수태시키는 임무만 수행하게 된다. 많게는 1년에 100마리에 가까운 암말과 교배를 한다니 제왕의 신분이다. 문제는 아무리 씨수말이라 해도 체력에 한계가 있고 시간 제약이 있어 교배할 암말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씨수말의 마주들은 ‘제왕의 씨’를 최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얻어 내기 위해 ‘시정마(始情馬)’를 등장시킨다. 시작할 시(始), 정사할 정(情), 말 마(馬). 즉 ‘정사(情事)를 시작하는 말’이 ‘시정마’다. 씨는 별볼일 없지만 교배에 시큰둥한 암말을 빠른 시간내에 흥분시키는 기술이 뛰어난 말이 훌륭한 시정마다.

그런데 이 시정마가 온갖 공을 들여 암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싶으면 갑자기 침입자가 들이닥친다. 이들은 가차 없이 시정마를 끌어내고 대기하고 있던 ‘씨수말’을 암말에게 들여보낸다. 이때 암말을 유혹하느라 열정에 빠져있던 시정마의 모습이 처절하다.

네 다리를 뻗치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결국 암말 곁에서 끌려나간다. 암말을 흥분시키는데 정성을 다하고 쫓겨나는 운명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가 이른바 ‘돼지 흥분제’ 논란에 휩싸였다. 홍 후보가 2005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나 돌아가고 싶다」에 따르면 1972년 하숙집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사귀려고 도움을 요청하자 홍 후보와 하숙집 동료들이 돼지 흥분제를 구해줬다. 그 친구는 여학생에게 흥분제를 먹였으나 완강히 반항해 미수에 그쳤다고 한다. ‘돼지 흥분제’는 씨돼지와 암퇘지를 교배시킬때 쓰인다. 문제는 홍 후보가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하고 도와줬다는 사실을 대학시절의 추억인 듯 서술했다는 점이다. 끝내 돼지 흥분제까지 뛰어든 대선판이 가소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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