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봉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지난 3월 31일 길을 나섰다. 뉴스에서는 세월호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3년 동안 갇혀있던 맹골 수도를 벗어나 목포 신항만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일부러 라디오를 안 들었다. 대신 차안에는 바흐와 라흐마니노프 또는 베토벤 등의 음악을 카라얀 혹은 칼 뵘이 지휘하는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렇게 가야할 것 같았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나는 왜 지금 거기를 가고 있는가?’ 또는 ‘차라리 신항만으로 길을 바꿀까.’  ‘지금 거기를 가서 뭘 한단 말인가?’ 그렇지만 결국 강진 무위사 톨게이트에 이르렀을 때 차량은 자연스럽게 우회전 깜빡이를 넣고 있었다. 그리고 진도 대교를 향해 계속 달렸다. 그렇게 그곳에 도착했다. 오후 2시 35분, 팽목항.

그곳은 벌써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몸을 뉘었던 컨테이너를 비롯해서 많은 시설물들이 벌써 자리를 옮겼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았다.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는 등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노란색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아홉 명의 이름이 새겨진 플래카드와, 그리고 3년 동안 아픔을 함께했던 진도 군민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그 플래카드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 바다를 보았다. 그들이 우리 곁을 떠난 바다 그곳은, 거기서도 20여km를 더 가야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시 돌아오는 수 밖에. 이런 느낌을 그들은 3년 가까운 시간동안 지녔어야 했을 것이다. 또 다시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먹먹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을 자책하며 다시 돌아 나오던 그때 아직 채 옮겨지지 못하고 거기 그대로 남아있던 몇 개의 컨테이너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거기에는 아직도 미수습자를 위한 분향 시설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차마 향을 피울 수는 없었다. 그냥 멍하게 서 있는 것 말고는 다른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그곳에 들어오셨을 때 잠시 그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나오는 것,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 차창을 내렸다. 그리고는 담배를 한 가치 피워 물었다. 복잡하기만 한 머릿속을 정리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상태 그대로일 뿐이었다. 그렇게 그날의 그 여행을 끝이 났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며칠 전 어느 대선 후보께서 “세월호, 3년 해먹었으면 됐다”라는 말을 했고 다른 후보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티격태격 한다는 뉴스가 떴었다. 

3년, 그래 3년이다. 그런데 말이다,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9명은 여전히 9명으로 남아있는 것이냔 말이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특별조사위 활동이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 되었다는 것, 또 하나는 바다 속에서 허물어져 가고 있던 세월호가 다시 뭍으로 올라온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집요하리만치 세월호를 물고 늘어지는 것 그것은 어쩌면 이 사건, 이 세월호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이 배가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것 그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존엄, 돈 보다는 생명이 더 중시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죽고, 잡혀가고, 피 흘리면서 싸워왔던 것 아닌지, 다시 그 후보께 묻고 싶다. 

요즘 대선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슈가 등장하고 연일 유력 대선 주자들을 상대로 하는 여론 조사가 공표 되고 있다. 그중에 세월호를 둘러 싼 수많은 문제들 역시 그들에게는 ‘하나’의 문제로 다가갈지 모른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늘에서 땅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제2, 제3의 세월호가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이 상황에서 그들 대선 주자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구해줄 것인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선주자들은 어떤 답을 내 놓을지, 2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잘 지켜 볼 일이다. 

이제 봄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들에게 봄은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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