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왕국시대 B.C 3,000년경부터 인공 제작
사후에도 육체 매개로 영적 활동한다 믿어
현생의 올바른 생활이 내세 영생 여부 결정

 

조규성울산박물관 학예연구관

이집트 사람들은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을 탄생시켜 인류 문화발전에 기여했다. 그것은 바로 나일강의 선물이었다. 국토의 90% 이상이 사막으로 나일강변을 따라 길게 오밀조밀하게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그러나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강이 크게 범람해, 이집트인들은 여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강의 범람시기에 맞춰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하늘의 별자리 위치 연구를 통해 정확한 범람시기를 측정할 필요가 있었고, 그 결과 천문학이 발달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의 기초가 된 태양력을 창안하게 됐다. 또 강의 범람 이후 원래의 질서를 찾는 과정에서 측량술과 수학(기하학)이 발달시켰으며, 측량술의 발달은 곧 건축술이 발달로 이어져 거대한 피라미드(pyramid) 등을 축조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집트에서는 의학(외과학) 분야가 발달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사람과 동물의 미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추정하기도 한다.

초창기에는 건조한 사막기후 때문에 자연적으로 미라가 만들어졌으나, 고왕국시대 B.C 3,000년경부터 인공적인 미라 제작이 시작됐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는 저서「역사」에 미라 제작에 관한 사항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제작기간은 대략 70일 정도 소요되고, 그 과정이 복잡하고 경비도 많이 든다. 우선 사람이 사망하면, 장기를 분리해 낸다. 갈고리 같은 도구를 사용해 콧구멍을 통해 뇌를 파내고, 에티오피아에서 가져 온 돌로 만든 칼로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심장을 제외한 간, 폐, 위, 장 등을 밖으로 꺼낸다. 꺼낸 장기들은 4개의 용기에 담아 따로 보관한다. 시신의 외부에는 소다수를 발라 완전 탈수되게 하고, 내부에는 방부제를 채워 40일 정도 두어 체액이 완전히 빠지게 한다. 그 다음 방부제를 제거하고 시신 내부에 헝겊, 톱밥 등의 중간제를 넣어 시신의 크기를 어느 정도 복원한 뒤 봉합하고, 송진을 바른다.

그 후 아마포로 시신 전체를 붕대감기 하듯 감싸는데, 20겹 정도 해 시신의 크기를 거의 생전의 크기로 만든다. 또 망자의 생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마스크를 만들어 씌워 죽은 영혼이 부활할 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완성되면, 입관과 개구의식 등 장례의식을 치른다.   
그렇다면, 이집트 사람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도 불구하고 왜 미라를 만들었을까? 그들은 창조의 신 크놈(Khnum)이 인간을 3가지 요소로 구성되게 만들었다고 믿었다. 즉, 육체 더불어 영적 요소에 해당하는 바(Ba)와 카(Ka)로 구성된다. 그러나 육체를 매개로 영적 요소들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육체는 사후에도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고 믿었다.

일단 사람이 사망하면 육체에서 바와 카가 떠난다. ‘카’는 이 세상에서 남아서 무덤 주변에서 맴돌면서 죽은 자의 유해를 지키고, 바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여행하면서 죽은 자가 내세로 가는 것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바’는 망자를 내세로 안내해 사자의 신인 오시리스(Osiris) 앞에서 현생에서의 삶에 대한 심판을 받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저울에 죽은자의 심장과 타조의 깃털을 올려서 무게를 달아, 심장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죄가 크고, 가벼우면 죄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심판과정을 통과해 영생을 얻으면, 바가 다시 카와 함께 육체로 들어가 부활해 내세에서 영생을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바도 소멸해 완전히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은 내세와 부활을 믿었기 때문에 이집트인은 카와 바가 자신의 육체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미라를 만들었고, 영혼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자신의 육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관에 죽은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미라에는 죽은 사람의 얼굴 모습의 마스크를 씌웠다. 

그러나 이집트 사람들이 그토록 열심히 미라를 만든 것은 현생에서 선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은 내세에 온전한 육체를 위해 현세에서도 육체를 함부로 다루지 않아야 했고, 영생을 위해서 현세에서 착하고 성실하게 생활해야 만했기 때문이다. 울산박물관에서는 5월 2일부터 8월 27일까지 이집트 보물 특별전시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미라도 전시된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이집트인들이 주는 교훈을 한번쯤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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