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중시 사상이 빚고
학문적 토론 통해 만든
세종·정조 찬란한 치적

새로 선출될 대통령
정해진 답에 자만 말고
상대 말도 귀담아 듣길

 

서재곤한주기업 대표이사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모두는 다음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참으로 착잡한 심정으로 다음 대통령을 선택해야 할 시간이다. 어떤 사람들은 흡족한 마음으로 선거에 나가겠지만, 누구는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지도자의 상이 머릿속에 있다 할 것이고 , 후자의 경우라면 지도자의 상이 머릿속에 없는 경우다. 

역사 자료를 살펴보면 조금은 그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가장 훌륭한 임금을 꼽으라고 하면 세종과 정조를 지목할 것이다. 

세종은 과학기술, 국방, 경제 등 국정전반에 걸쳐 헤아리지 못할 정도의 업적이 있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다. 지금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문제다. 세종의 경제 업적 중에 하나를 열거하면 농사를 지을 토지 면적과 농업 생산기술 향상으로 세종시대를 지난 후 농업 생산물이 10배 증가했다. 요즘식으로 해석하면 국민 1인당 소득이 10배 늘었던 것이다. 세종시대 이후로 만성적인 기근이 해결됐다.  또한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해 5,000년 역사에 가장 빛나는 업적을 남긴 왕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일을 가능케 한 일은 집현전을 통해서  인재를 선발하고 훈련하는 그의 노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할 것이다.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이선로, 이 개 등 이때 선발되고 훈련된 인물이다. 

또한 조선후기 문예 부흥기를 이끈 정조는 어린 나이에 당쟁으로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했고 할아버지 영조와 아버지 사도세자 죽음에 관여된 반대파들의 견제 속에서 애타는 어린 시절을 경험했다.우여곡절 끝에 등극한 정조는 규장각을 설치해 토론과 연구정치를 구현 코자 했고, 목활자, 주조활자를 만들어 도서의 편찬사업을 적극 실시하며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등 젊은 인재를 등용해 조선후기의 문예의 꽃을 피웠다.

세종과 정조가 이처럼 찬란한 치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책속에서 지식과 지혜를 찾고 인재를 중히 여기며 학문적 토론을 통해서 스스로 해답을 얻고자 노력한 결과다. 

새로 선출될 대통령은  반드시 세종과 정조 같은 임금이 됐으면 한다. 이미 해답을 안다고 자만치 말고 토론하고 나누며 상대의 말을 귀 담아 들어야 한다. 정조는 반대파들의 무서운 음모 속에서 정치적 약자인 남인을 등용하며 노비의 관직 진출을 열어주고 정조 자신의 집무실을 탕탕평평실로 정하고 몸소 통합의 정치를 이루고자 노력했다. 이때 등용된 대표적인 남인이 다산 정약용이다. 그의 저서 목민심서는 오늘날까지 모든 목민관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지침서가 되고 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읽고 또 읽어 봐야하는 책이다. 

가끔 정치인들이 재임 중에 저지른 일로 재판 받는 일을 볼 때 마다 목민심서 세 페이지만 읽어도 이런 부끄러운 장면을 피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책을 저술하는 연구소 같은 학자들의 모임을 가지면서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다. 이 모든 것이 정조시대의 유산이다.

다음 대통령은 반대파를 기용하고, 반대자의 주장을 경청하며, 그와 더불어 국정을 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조에게 그 대표적인 인물이 심환지 이다.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299통의 편지가 얼마 전에 발견되기도 했다. 정조가 추진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최대 정치 라이벌 심환지는 무신으로 출발해 요즘 같으면 감사원을 거쳐서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를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욕설도 퍼부으면서 또한 때론 병에 걸린 심환지 부인의 안부도 묻고 약재를 보내면서 쾌유도 빌고 음식도 보내고 시를 지어 주며 달래기도 했다. 정조가 죽자 심환지는 정조의 죽음을 무척이나 슬퍼했다고 한다. 옆에서 말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울었다니 정치적 견해는 달랐어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군신으로서의 의리는 지켜나갔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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