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이 하퍼 수상에게 보낸 편지 101통
책 읽지 않는 지도자 문제점 신랄하게 비판
기능적 역할보단 꿈꾸는 능력에 대해 제언

 

문 영시인·비평가

2002년 맨부커상을 받은 ‘파이 이야기’는 인도 소년 파이가 겪은 227일간의 조난 표류기로 벵골 호랑이 등의 동물과 공존하면서 극한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픽션이 만들어낸 상상과, 신과 인간, 동물의 철학적 은유는 흥미롭다. 작가 얀 마텔의 출세작이기도 한 ‘파이 이야기’는 41개국에 출판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소설은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란 영화로 개봉돼 환상적인 영상미를 제공했다.  소설은 재미있으면서 진지하고 영화는 몽환적이면서 아름답다. 
그런데 대선 정국이 온통 화제인 지금 한국사회에서 생뚱맞게 ‘파이 이야기’ 소설과 영화 이야기인가. 

공교롭게도 소설가 K형이 추천한 책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작가가 얀 마텔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되는 우리나라 상황과 맞물려 제목이 암시하듯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를 판단하는 근거를 ‘문학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관심이 쏠렸다. 
이 책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와 함께 캐나다 스티븐 하퍼 수상에게 책을 소개하는 101통의 편지글이 실렸다. 책 속의 책이고 게릴라식 책 캠페인이기도 한 글에서 작가는 문학을 옹호하면서 하퍼 수상에게 문학 읽기 실천을 요구한다. 

지도자인 하퍼 수상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겠다. 하지만 얀 마텔은 작가와 시민으로서 지도자의 독서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어떤 책이 그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또한 이 주장에 찬동한다. 생각해 보라. 지도자들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재산 등록과 공개는 의무적으로 하면서 정작 지도자의 정신과 윤리와 인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독서 능력은 왜 공개하지 않는가. 

얀 마텔의 편지와 101권이 넘는 책 선물에 대한 하퍼 수상의 답장은 일곱 통이었다. 그것도 수상 보좌관이 쓴 의례적인 답장이었다. 
결과적으로 하퍼 수상은 문학을 읽지 않는 지도자였다. 이에 대해 얀 마텔은 하퍼 수상은 똑똑하지만 재미없는 사람이며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책을 읽지 않는 하퍼 수상보다 책을 손에 놓지 않고 집무실에서 문학 작품을 읽는 오바마 대통령을 본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얀 마텔은 문학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 나라 수상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비난 혹은 비판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반문한다. 
하퍼 수상처럼 문학을 읽지 않아도 똑똑하며 아는 것 많고 잘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문학을 폄하하는 사람들 중에서 권력을 잘 이용하며 사업 경영이나 지갑을 채우는 일에 뛰어난 사람이 많지 않은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잘 처리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즉 기능적 인간을 중시하지 않는가. 

그렇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가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지도자라면 세상 이치를 이해하고 세상이 어떻게 변화됐으면 좋을지를 꿈꾸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도자가 이런 능력을 가질 때 그 나라와 국민을 바르고 효과적으로 이끈다. 이런 능력을 갖추는데 문학만큼 좋은 것은 없다. 
문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다. 문학을 읽지 않는 지도자는 꿈꾸는 능력이 부족함으로 편협해지기 쉽다. 이 같은 예로 하퍼 수상은 모든 경제 투자 예산을 화석연료에 집중투자하다 실패하고 2015년 선거에 대패해 무능한 지도자로 남게 됐다. 
반대로 문학을 옹호하고 문학을 읽은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과 표현력이 뛰어난, 설득과 통합의 성공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얀 마텔이 의도했든지 안 했든지 간에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를 뽑을 때 ‘문학을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가 올바른 지도자를 선별하는 잣대가 됨을 함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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