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래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제1건설소장

3월 28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파리지앵이 탐낸 조선의 모자들”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19세기 말 조선을 다녀간 외국인들은 조선시대 사용했던 아얌, 남바위 등의 모자를 보고 조선을 ‘모자의 왕국’이라 칭했다.  

심지어 프랑스 화가 조세프 드라 네지에르는 “조선은 모자에 관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문을 해주어도 될 수준”이라고 극찬을 하면서 세계에 소개하려 했다. 

그럼, 우리지역에 있는 세계에서 인정한 우수한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울주군 서생면 지역에 있는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 APR1400인 신고리3~6호기이다. 

지난달 29일 동유럽 7개 국가에서 온 정부, 원전 운영사 등 고위 관계자는 신고리4호기 주제어실, 신고리5·6호기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이번달 4일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경영진, 5일엔 영국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방문해 가압경수로형 ‘제3세대’ 원전 중 세계 최초로 상업운전 중인 신고리3호기의 안전성과 우수성에 대해 공감 했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원자력기술은 대한민국의 대표 우수기술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럼 APR1400의 우수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신고리5·6호기의 경우 설계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켜 대형 민간항공기 충돌에도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원자로건물, 보조건물 등의 구조물 콘크리트 두께를 증가시켰다. 

또한 해일과 침수 대처설비로 안전관련 건물 외벽에 내진 설계된 방수문과 침수방호 밀봉재를 설치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리고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중대사고 예방 및 완화 능력을 강화시켰다. 

1992년 세계 주요 선진국이 신형 원자로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정부는 OPR1000을 기반으로 APR1400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발전용량은 약 400MW 이상 증가했고 설계 수명도 이전의 40년보다 20년이 늘어난 60년이 되었다. 그동안 지속적인 원전 건설을 통한 기술 자립 및 원가절감으로 APR1400의 건설단가는 해외 다른 노형 대비 약 50% 수준이다. 

APR1400원전은 안정적인 전력생산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산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그 수준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지속적으로 원전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APR1400 건설을 통해서 얻어지는 효과는 아래와 같다.

첫째, 해외수출 등 연관산업 파급효과이다. 세계 원자력발전은 2040년까지 설비용량이 약 1.6배 증가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에 발맞춰 원전수출을 통해 기자재 산업 활성, 국가 이미지 제고를 꾀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에게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다. 정부에선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적정 예비율을 22%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이 계획엔 신재생에너지의 점진적 증가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갑자기 중단하고 경제성 및 안전성과 부지여건 등에 대한 세부검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체 발전원(신재생에너지 등)을 사용하자는 것은 현 실정과는 거리가 있다. 

셋째, 화석연료 사용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APR1400 1기로 화력발전의 주원료인 유연탄을 1년에 약 418만톤 덜 수입할 수 있으며 약 858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이것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436억원이고 이 효과비용을 복지 등으로 이용할 때 대단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방문한 국가들도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중단에 의한 에너지안보 확립, 세계원전시장 진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력 등 방문한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과거 파리지앵도 벤치마킹했던 조선시대의 모자처럼 우리나라의 원자력건설현장을 해외에서 찾아온다는 것은 안전성과 우수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세도 이들 국가와 비슷하다. 이번 방문국가와 같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화석에너지를 줄이고, 에너지안보를 위해 현재 기술력이 부족해 간헐적으로 전력공급을 하는 신재생에너지를 대체해야 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우리의 원자력기술을 찾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APR1400을 지속적으로 건설해 지역엔 경제 활성화를, 국가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세계 온난화 문제 해결에 일조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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