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재판' 앞두고 인도주의 호소 위한 언론플레이?
재판에 지면 유럽인권위에 제소하려는 '플랜B' 포석일 수도 

 

덴마크언론과 인터뷰하는 정유라 씨 [엑스트라 블라데 홈페이지 캡처]

덴마크에 119일째 구금돼 있는 정유라 씨가 29일 올보르구치소에서 현지 언론과 이례적으로 '옥중인터뷰'를 했다.

정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늘상 주장했던 것처럼 한국 특검이 제기했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 삼성의 제삼자 뇌물 연루 혐의 등에 대해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무죄를 강하게 내세웠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3개월 된 아들 문제를 집중 부각한 점이다.

정 씨는 인터뷰에서 "내 아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한국에 들어가면 (전 남편에게) 아이를 빼앗길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아들은 엄마, 아빠, 할머니 아무도 없다. 아들을 일주일에 2번, 1시간씩밖에 못 본다. 아이는 이유도 알지 못한다. 애가 울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덴마크법원 한국송환 판결에 정유라 항소 (PG)
덴마크법원 한국송환 판결에 정유라 항소 (PG) 

정 씨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마지막 재판이 될 수도 있는 2심 재판을 염두에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씨는 앞서 지난달 17일 덴마크 검찰이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자 이에 반발해 올보르 지방법원에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했다.

이에 정 씨는 곧바로 항소,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정 씨는 2심에서도 질 경우 대법원 상고를 시도할 수 있지만, 상고재판이 이뤄지기 위해선 사전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송환 불복 소송의 경우 사전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예가 많지 않아서 정 씨로서는 2심 재판이 마지막 법정싸움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이미 1심 재판에서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이를 번복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지 법조계의 얘기다.

이에 따라 정 씨는 2심 재판을 앞두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아이 문제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의 '인도주의'에 호소하려는 일종의 언론플레이 포석으로 읽힌다.

정 씨는 1심 재판에서도 "한국 정부 당국이 아이를 보게 해 준다고 보장하면 한국에 갈 의사가 있다"며 조건부 자진 귀국 의사를 다시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 특검은 지난 1월 정씨가 처음으로 조건부 귀국 의사를 내비쳤을 때 "범죄혐의자와 협상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특검의 이 같은 방침에는 국내 규정상 18개월 이상 된 아이는 범죄가 확정됐거나 범죄 혐의를 받아 구속된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특검이 '협상 불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 씨가 1심 재판에서 조건부 귀국 의사를 다시 거론한 것은 법정싸움에서 완전히 패배한 이후 후속 조치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분석이 나왔다.

정 씨 측은 아직 법정싸움에서 검찰의 송환 결정을 뒤집지 못할 경우 '플랜 B'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 씨가 유럽 인권위원회에 자신의 문제를 제기해 한국 송환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 씨는 유럽 인권위원회에 손을 내미는 것을 머릿 속에 두고 아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때 정 씨는 최종 재판에서도 패배해 한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하게 되면 덴마크에 정치적 망명을 추진하는 방법도 검토했다가 접었다.

정 씨 변호를 맡았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피터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지난달 모든 재판에서 패배하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 씨는 지난 19일 1심 재판정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덴마크에 정치적 망명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자신이 정치범이 아니므로 정치적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 씨가 유럽 인권위원회로 자신의 송환 문제를 가져갈 경우 아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정유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정유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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