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울산광역시교육청 교원인사과 장학사

5월 15일, 스승의 날!

스승의 날이 있어 참 감사하다. 우선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에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소통과 경청, 사람에 대한 존중을 몸소 실천하신 세종의 리더십’을 떠올릴 수 있어 좋고, 정해진 스승의 날 덕분에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나를 키워 준 선생님을 찾을 수 있어 행복하다. 나의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

32년 전을 거슬러 가면, 아가씨였던 우리 선생님은 주말이면 우리를 불러서 카레라이스, 떡볶이를 만들어 주셨고, 거기서 읽은 세계여행 책과 함께 나눈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조금씩 키워줬다. 남자, 여자 애들이 방 가득 채워서 까르르 넘어가던 그 때 기억들은 소중한 추억이고, 이 추억들은 우리들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킨 자양분이다.

나를 낳아주신 분이 부모님이라면, 나를 키워주신 분은 선생님들이셨다.

“미향이에게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물이 있고, 그 보물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어” 우리 선생님이 써 주신 편지가 오히려 나에게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토닥토닥 해주시던 우리 선생님. 이후 선생님이 결혼해 경기도에 계셨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힘든일이있으면 나를 지지해주던 선생님을 떠올렸고,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선생님 집에서 1박을 했는데 김밥까지 도시락으로 싸 주셨다. 

얼마 전에는 선생님 부부가 울산에 오셨는데, 식사를 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이런 기억들로 나 또한 그런 선생님이 되려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씩 제자들이 회사생활로 힘들다고 하면 밥 먹으면서 기껏 해줄 수 있는 말은 “사는 게 다 그래” 단지 몇 자 인데도, 애들은 힘이 난단다.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자기력의 힘이라고 생각된다.

나에게는 모든 선생님이 지금도 고마운 분이다. 중학교 국어선생님은 늘 손만 잡아주셨는데 소리 없는 따뜻함의 울림이 지금도 남아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취업을 빨리 하고 싶어서 당시 진학을 변경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며칠 간 선생님께 혼났었는데, 그 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정확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도 가슴에 그 울림이 남아 있다. 그런 관계가 사제지간이다.

이렇게 된 배경을 되돌아보면, 우리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친정엄마는 늘 선생님 편이셨던 것 같고, 지금 생각하면 학교나 선생님 말씀에 한번도 불평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의 두 딸을 어릴 때 키워 주시면서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께 깍듯하게 하시던 모습. 딸들이 대구에 소풍을 가면 간식을 사서 나가보실 때도 꼭 선생님 것을 챙기고, 선생님들이 고생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시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 또한 우리 딸들에게 아침마다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애들도 맨날 내가 선생님 편을 든다고 불평이다. 남편이 가끔 초등학교 선생님을 찾아뵙기도 하고, 딸들도 선생님을 따르는 것을 보면, 이 또한 긍정의 바이러스가 아닌가 싶다.

요즘 선생님들의 학생에 대한 관심, 사랑은 예전과 별 다르지 않다고 여겨진다. 오히려 변화된 학생 문화, 늘어나는 업무량으로 학생들과 소통할 시간이 적어지고,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으로 열정 가득한 의욕마저 떨어져서, 소극적인 교육활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예전에는 우리 생활의 결핍을 선생님들이 채워줄 자리가 있었다면, 요즘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관계를 만들어가기 전에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판단하고 가공하여 학생들과 선생님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학교생활의 주체가 학생이라면, 생활 속에서 사제간의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지지해주고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 중 한 분이 선생님이다. 가정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학부모 역할이 중요하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사춘기를 보낼 때 찾아갈 수 있는 선생님, 스승 한 분은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선생님을 믿어주고, 지지해 줄 때 우리 교육이 살아난다고 믿는다. 스승의 날을 맞이해, 우리 가족의 선생님을 찾아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이 또한 우리 가정의 행복의 심지가 될 것 같다. 나도 다시금 선생님을 지지하는 행정가로 거듭나야겠다고 다짐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