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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칼럼] 부모의 사랑 속에 싹트는 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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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희 개운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7.05.14 22:30
  • 댓글 0
한강희개운초등학교 교장

“아빠, 나는 이다음에 크면 아빠 같은 사람이 될래요. 오늘은 저랑 함께 야구할 수 있지요?” 

“아들아, 오늘은 안 된다. 아빠가 할 일이 너무 많거든”

“아빠, 오늘 일찍 집에 오실 거여요?”

“오늘도 바빠서 늦을 것 같구나. 하지만 다음에 아빠랑 함께 지내자. 미안하다.” 

“아들아! 언제 집에 올 거니?”

“글쎄요. 아버지, 바빠서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제가 한가해지면 그 때 찾아뵙겠습니다.”

“아들아, 손자도 한 번 보고 싶구나.”

“아버님! 저도 아버님을 무척 뵙고 싶습니다. 그런데 통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요즘 살기가 힘들고 바쁘네요. 게다가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습니다. 아버님, 죄송하지만 이해해 주십시오.”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아버지는 회한에 잠겼다. “이 다음에 커서 아빠 같은 사람이 될래요” 했던 아들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자신이 젊은 시절 아이들에게 했던 언행이 세월이 흘러  그대로 되돌아 온 것이다. ‘아하! 사랑과 효심은 give and take인가?’ 

전임지에서부터 5월 초에 ‘사랑하는 내 자녀에게 손 편지쓰기’를 해왔다. 4월 말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어 자녀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쓰도록 한 후 밀봉해 학급에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혹여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아이는 할머니 혹은 보호자가 편지를 써서 보내줄 것을 부탁드렸고, 어버이날을 맞이해 부모님께 감사편지를 쓸 때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편지를 읽으면서 숙연해진다. 조용하던 교실은 누군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모두 훌쩍거린다. 저학년 아이들은 소리 내어 운다. 울음이 그치고 나면서 부모님께 편지를 쓴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심을 깨닫는다. 이 시간만은 부모의 사랑과 아이의 효심이 진솔하게 교감을 이룬다. 부모님의 가없는 사랑이 아이들의 가슴을 울린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주고받는 것이 성립되는 것 같다. 돈이나 재물이 아닌 사랑과 관심이다. 주는 것이 먼저인 듯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주어야 한다. 이 사랑도 무작정 많이 주는 것보다 방법을 알고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랑의 명목으로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가 더러 있다. 학부모 중에는 아이가 중학년이 됐는데도 함께 등교하고, 또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에 와서 아이의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서는 분도 계신다.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사랑의 온실 속에 가두어버린다. 과연 이 학부모가 쏟은 사랑만큼 아이가 받아들일까? 

사랑을 옳게 표현하지 못해 집착하는 부모도 있다. 작년에 2학년 학생 어머니 한 분이 수돗가에서 선생님에게 큰소리로 항의하고 있었다. 아이는 그 옆에 우두커니 서 있고, 선생님은 흥분해서 소리치는 어머니를 달래고 있었다. 내용인즉, 고학년 학생이 볼펜으로 아이 팔목에 낙서를 하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보내고 난 뒤 선생님은 누가 그랬는지 백방으로 알아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 선생님은 아이를 불러 상담을 했다. 그 아이는 자신이 심심해서 볼펜으로 팔목에 낙서를 했는데, 어머니에게 혼나는 게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어머니의 지나친 사랑과 간섭이 오히려 아이에게 정당하지 못한 자기방어력만 키워준 것이다. 사랑의 양을 조절하지 못한 부작용인 것이다.

부모의 올바른 사랑 베풂은 효행으로 돌아온다. 이 사랑의 베풂도 시기가 있다. 자녀가 어릴 때 충분히 주고 성장하면 그 양을 적당히 줄여야 한다. 시기를 놓친 사랑은 효력이 떨어지고 자칫 물질적으로 흐르기 쉽다. 

어릴 때 사랑의 영양분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지만, 적게 받은 아이는 심성이 메마르고 몰인정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거름이 많은 땅에서 자란 나무는 싱싱하고 메마른 땅에서 자란 나무가 시들시들하는 이치와 똑같다. 누가 더 효도를 하겠는가? 인정 많은 자녀가 더 효도한다. 정이 많은  자녀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가련히 여기고 살갑게 대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녀는 제 살기 바쁘고 형식적이다. 부모의 사랑이 효행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자식이 효도를 하고, 이를 세세대대로 이어지면서 ‘효자 집에 효자 난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릴 때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을 효행으로 되갚아보자. 또 내 자녀에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랑을 베풀어보자. 효를 대물림하는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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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희 개운초등학교 교장

입력.편집 :   2017-05-14 20:16   노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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