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1년 11월 제16대 미국 대통령 당선 통보를 받은 링컨은 거의 침묵에 가까울 만큼 말을 아꼈다. 그는 재치 있는 유머와 정력적인 연설로 선거기간 청중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 선거 승리 이후 취임 초반까지 최소의 감사 인사외에 거의 침묵을 지켰다.

그 사이 국무장관 내정자 윌리엄 슈어드는 예민하고 대립적인 국정사안을 풀어나갈 해법을 타진하고 다녔다. 선거 기간중 미국인들은 흑인 노예제와 보호관세 문제를 놓고 극단적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와중에 심각하게 분열된 집에서 가장(家長)의 발언은 전혀 뜻하지 않은 결과로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해 말을 아낀 링컨의 깊은 생각을 눈치챈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남아메리카 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당선후 백인사회에 대한 보복과 숙청, 처벌과 응징 대신 용서와 화해를 선택했다. 만델라 대통령이 흑인과 백인으로 나뉜 남아공을 하나의 국가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너그러운 화해를 통한 통합의 정치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 날에 세월호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재조사·재수사를 지시했다. 국정역사교과서를 폐기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지시했다.  대선공약 1호인 적폐청산 이라지만 당선직후의 최우선 과제인지 의문이다. 국민들은 반년 가까이 탄핵, 국정농단, 특검, 촛불집회, 태극기집회에 신물이 났다. TV를 켤때마다 등장한 탄핵 관련 구속자들 모습에 질렸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고 말했지만 대선 전보다 대선 후가 더 걱정스럽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소설가 김영하의 에세이 「삼각관계」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당신은 면도날을 사랑하고, 면도날은 털을 사랑하고, 털은 당신을 사랑한다. 이 기묘한 삼각관계는 이렇게 뒤집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털을 미워하고, 털은 면도날을 미워하고, 면도날은 당신을 미워한다.” 면도날과 털과 당신은 애증(愛憎)의 삼각관계다. 잠시 한 눈을 팔다간 원하지 않았던 피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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