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2월, 눈보라 휘날리는 흥남부두에서 피난민을 태운 배는 사흘만에 거제도 장승포항에 닻을 내렸다. 김훈의 소설 ‘공터에서’는 그 때의 모습이 잘 묘사돼 있다. “수송선 철문이 열렸다. 똥오줌에 버무러진 사람들이 비척대며 배에서 내렸다. 이도순은 배에서 사람들이 모두 내릴때까지 선착장(흥남에서 헤어진 남편과 아이를) 기다렸다. 남편과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적십자 어깨띠를 두른 여자들이 배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빵 한개와 가마니 한장을 나누어 주었다.” 흥남철수 피난민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소설의 주인공과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과 닮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 거제 명진리에서 함흥출신의 피난민 부친 문용형씨(1978년 작고)와 모친 강한옥씨(90세) 사이에서 태어난 2남 3녀중 장남으로 7살때까지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했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는 김영삼·문재인 등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배출하면서 명당(明堂)중의 명당이 됐다. 문 대통령 생가(명진리 694-1)는 거제의 진산(鎭山)인 계룡산을 뒤로하고 앞쪽으론 넓은 들판에 이어 바다까지는 1.3km 떨어져 있다. 

특히 명진리에서 직선 거리론 1.3km 떨어진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다. 2012년 대선때 명진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1992년 김 전 대통령 당선 무렵 전국의 풍수전문가들이 ‘거제는 대통령이 한 명 더 나올 땅이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또거제(巨濟)는 ‘크게 구제한다’, 명진(明珍)은 ‘귀한 보배가 밝게 빛난다’는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변은 없었다. 두 번째 거제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지역통합, 세대통합, 국민통합 대통령의 모습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 청사로 집무실 이전 공약을 내걸며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이전은 오래전부터 대통령 후보의 단골 공약이었다. 더 이상 청와대 출신 불행한 대통령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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