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환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

지난 3월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경악케 한 테러가 영국 런던의 심장부에서 발생했다.

아비규환 같던 테러의 현장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끈 인물이 있었으니 영국의 하원의원이자 외무차관이 그 주인공이었다. 사고 당시 그는 대피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상당한 경찰관을 살리기 위한 응급치료로 나섰다. 비록 몇 장의 사진 속 모습이었지만 입고 있던 정장과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그를 통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떠올려졌다.

또 한편에선 그동안 잊고 지냈던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Oblige)’.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뜻하는 이 말은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로마인이야기」를 통해 소개되며 한 때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유래는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당시 영국의 왕 에드워드 3세가 항복해 오는 프랑스 칼레지역 주민들에게 지도자 6명의 목숨을 스스로 내 놓으면 시민 모두를 살려주겠다는 제안에서 시작된다. 이때 프랑스 칼레의 부자와 성인 등 고위층 인사 6명이 시민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기를 원했고 이에 감동한 에드워드 3세가 마음을 바꾸며 그들은 칼레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노블레스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주는 ‘달걀의 노른자’를 의미한다. 즉 이 말은 닭의 사명이 자기 벼슬 자랑에 있지 않고 달걀을 낳는데 있다고 말해주며 사회 지도층이 자신이 누리는 명예(노블레스) 만큼 의무와 책임(오블리주)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표적 사례를 꼽으라면 흔히 경주에서 12대에 걸쳐 300년간 부를 이어왔던 최부잣집을 꼽는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이들이 없도록 보살피고, 흉년엔 부의 축적을 막았으며 수많은 재산을 독립운동자금과 후학양성 등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지금까지도 그 고귀한 정신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로마 역시 천년 이상 번성할 수 있었던 원천도 바로 이러한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에 있다. 로마의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분연히 일어나 솔선수범하며 앞장서 전장을 누볐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기의 재산 기부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귀족들은 시대적 책임을 다한다는 생각이 철저했다. 

주민으로부터 받은 배지를 가슴 한 켠에 달고 대의 민주주의의 최일선에 선 우리 의원들 역시 우리 사회의 지도층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배지의 무게만큼이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끊임없이 돌아보며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생활정치의 첫 시작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자양분인 풀뿌리정치를 실천하는 기초의회의 역할과 의무는 그렇게 가볍지도, 보잘 것 없지도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가장 밑바닥이기에 어쩌면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뿌리가 튼튼할수록 오래 서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이렇게 중요한 기초의회 의원으로서 주어진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기란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고 담금질하는 수행의 노력이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정치 신인들이 가장 먼저 발을 딛고 사회의 지도층으로 나서고자 할 때 기초의원직에 도전하는 사례가 많고 수년간 기초의원으로 직무를 수행하며 오피니언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몸소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단 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오랜 시간과 끊임없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중구의회에는 의원 배지를 새롭게 달고 의정활동에 첫 발을 내딛은 동료의원이 한명 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지역 최초 결혼이주여성 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오세라 의원이다. 앞으로 다문화가족을 대표해 다양한 의정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 의원은 이미 의원직을 수행하기 전부터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관심이 본인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본인에게 집중된 관심과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정치신인이자, 초선의원으로서 1년이란 시간은 턱없이 짧기만 하다.

중구의회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또한 정치 선배로서 조언하자면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조례를 쏟아내고, 정책을 제시하며 의원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에게 주어진 책무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려는 의지를 먼저 가졌으면 한다.

중구의회 의원으로서 가장 먼저 배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 바로 ‘도덕적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임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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