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이자 칠보명인 어머니 이수경씨 이름 합성한 브랜드명 ‘클로이수’
전통 칠보기술 바탕 현대적 디자인·소재 결합 실용적 상품 개발
8∼15번 굽는 공정 거쳐 순수 우리 연마기술로 아름다운 색상 표현
공예업체 최초 백화점 단독 입점… 차별된 프로모션으로 고객과 소통
수작업 매뉴얼 성장성 무한대… 국내 더불어 UAE 등 해외시장 진출 계획

 

김홍범 남정 클로이수 대표는 “울산에 본사가 있으나 제대로 된 공간에서 울산시민들에게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조만간 기회를 마련해 시민들에게 상품을 선보일 준비도 하는 중” 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울산은 사실 전통 공예업체에는 척박한 땅이다. 중화학 중심의 산업도시다보니 유관기관의 육성사업이 모두 제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소비도시도 아니어서 판매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5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칠보 공예기업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남정 클로이수의 김홍범(37) 대표다. 특히 최근에는 상품의 우수성과 끈질긴 노력으로 울산 소비재 기업 최초로 메이저 백화점에 단독 입점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김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남정은 울산에서 보기 드문 전통 칠보 공예기업이다. 칠보와 회사를 소개한다면.

▲우선 칠보를 소개하면 순은, 순금, 순동 위에 유리질 소재의 유약을 올려 700~800도의 고온에서 구워서 나온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빛깔이 아름답기가 뛰어나 7가지 보석 중에 하나로 인정받았으며, 금, 은, 유리, 산호, 마노, 자거, 진주의 7가지 보석 빛깔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여 칠보석이라고도 불렸다. 

남정은 소중한 우리 칠보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적 디자인과 다양한 소재와의 결합으로 가치 있고 실용적인 상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남정’은 회사 이름이고, ‘클로이수(CloiSoo)’는 브랜드 명이다. 기존에 남정을 회사와 브랜드명으로 함께 사용하다보니, 국내에서는 아트적 요소가 없는 일반적인 제조업 같다고 하고, 해외에서는 남중으로 발음하기도 해 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의 도움을 받아 브랜드 리뉴얼을 했다.
‘CloiSoo’는 유선칠보를 의미하는 ‘Cloisonne’와 창업자인 어머니, 이수경 칠보명인의 가운데 이름 ‘Soo’를 합성한 것으로, 빼어난 칠보란 의미를 갖는다.  

-다른 칠보 기업들 또는 경쟁 브랜드와 비교하면 어떤 특색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색상의 깊이와 빛깔에서 다른 칠보제품과 큰 차이가 난다. 초벌이나 재벌구이에서 마무리 되는 일반적인 칠보와 다르게 클로이수는 상품하나에 많으면 8~15번의 굽는 공정을 거치고, 그 사이에 우리만의 연마와 기술이 적용, 깊이 있고 아름다운 색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단순한 상품들로 구성된 다른 칠보 기업과 다르게 사랑하는 연인, 배우자, 부모, 자녀한테 선물할 수 있는 18·14K와 접목한 주얼리 상품군,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은 상품군,  반상기와 수저세트, 노리개, 쌍가락지 같은 고급 예단 및 예물 상품군, 최고의 가치를 갖고 소장 및 고급 선물의 가치를 갖는 테이블웨어 및 아트워크 상품군으로 구성된 200여 가지의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기존의 일반적인 주얼리처럼 디자인과 세팅의 변화로만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칠보를 접목함으로써 차별화된 제품이 탄생된다. 어떤 보석 빛깔보다도 아름답고 영롱한 색상의 깊이와 다양성으로 색채예술의 정점을 표현해 낼 수 있고, 정교한 은선 작업으로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이 같은 기술과 정신. 가치를 바탕으로 남정의 제품은 그동안 Joachim Gauck 독일 대통령 부부, Hatoyama Yukio 일본 총리, 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 아라비아국왕, Bounnhang Vorachith 라오스 대통령, Macky Sall 세네갈 대통령, (고)요한 사마란치 I.O.C 위원장, Juan Afara 파라과이 부통령 등 유수의 국빈들에게 판매 또는 선물됐다.

공예업체 최초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한 ‘클로이수’ 창업자이자 칠보명인인 이수경씨가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전통 칠보공예로 만들어 낸 상품들.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공예업체로는 처음으로 단독 입점했다고 하는데.

▲공예업체가 롯데백화점에 단독 입점한 것은 백화점 창사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라 들었다. 그리고 울산지역 기업 가운데 공예·문화뿐만 아니라 소비재를 포함해서도 메이저 백화점 단독 입점은 최초다.

또 처음부터 지방점도 아닌 서울 강남 최대 백화점인 롯데 잠실점 입점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칠보는 그동안 백화점에서 판매하기도 힘들었던 데다, 어렵게 거래를 시작하더라도 중간 유통사를 통하거나 일부 품목만 판매했으며, 자사 브랜드가 아닌 OEM 방식으로 판매만 가능했다. 많은 부분에서 차분히 준비한 것들이 도움이 됐지만, 입점과정에서도 주변의 많은 분들과 유관기관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입점할 수 있게 됐었다. 입점 후 차별화된 프로모션과 기획으로 고객들과 소통해 나가고 있다.  

-전통 공예기업이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조선공학과에 재학 중이다가 군에 갔다 제대한 후 부모님의 칠보 공예를 이어 받는다고 하자 주변 모든 분들이 반대했다. 좋은 직장이 보장되는데 왜 힘들고 알아주지 않는 칠보를 하냐고 말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뻤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가지고 놀았던 칠보가 많은 분들께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느끼는 우리 칠보의 색상에 대한 이 감정을 다른 분들도 분명히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한 기대와는 다르게 현실은 냉혹했다. 우선, 급속한 산업화의 발전 속에 우리 문화와 공예에 대한 국가와 국민들의 인식은 생존을 위한 경제발전의 다음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따라온 경제적 풍요는 해외 명품의 소비로만 쏠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장인이 만든 전통 공예품으로 브랜드화해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선례가 없어 마케팅과 판매 등 모든 것을 부딪히며 만들어가야 했기에 시간이 배로 걸렸다.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는 자본의 힘이 필요한데 영세 소기업으로서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모든 요소를 감당할 수도 없었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전통 공예를 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의 공통적인 애로점이 아닐까 싶다. 

-울산지역은 전통 공예분야가 발달한 도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아무래도 울산은 중화학 제조업 도시이기에 공예업을 하기에 초창기에는 애로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기업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해외 바이어 선물용품 등으로 많이 애용해주고, 울산시에서도 시장이 친히 사용해주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

울산경제진흥원의 상품 구매나 전시, 울산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 울산상공회의소의 브랜드 BI·CI와 상표권, KOTRA의 수출 지원 및 바이어 발굴, 울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금 지원 및 수출 유관 업무, 울산 테크노파크의 상품개발 등 수많은 지원을 받았다. 

또 농협 울산 영업부와 공업탑 우리은행 지점에서는 신용만으로 자금 지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울산의 많은 시민이 상품을 애용해주고, 지역 기업 대표들도 조언과 도움을 줬다. 이렇듯 남정 클로이수는 울산이 키운 브랜드다. 앞으로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전국 어디, 세계 어디를 가도 자랑스런 울산의 브랜드라고 적극 홍보할 것이고, 울산의 일이라면 힘닿는 대로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노력하겠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수작업을 바탕으로 하는 공예업도 어떻게 프로세서를 짜고 메뉴얼화, 브랜드화하느냐에 따라 그 성장성은 무한대라 생각한다.

대량 생산을 한다면 양적인 성장은 폭발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진입장벽도 낮고 치열한 경쟁에 처해진다. 오랜 역사와 가치에 중점을 두며 수작업으로 고객 맞춤 상품을 제작하는 것이 진입장벽도 높고, 쉽게 경쟁업체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한편 롯데백화점 입점을 토대로 국내 메이저 유통시장에 지속적으로 진출을 할 것이다. 나아가 아랍에미레이트(UAE), 쿠웨이트, 미국, 유럽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울산에 본사가 있으나 제대로 된 공간에서 울산시민들에게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조만간 기회를 마련해 시민들에게 상품을 선보일 준비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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