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회생제도 통한 채무자 면책
새로운 갱생 기회 부여 망각해선 안돼
취업 제한·해고 등 부당처우 개선돼야

이민호 변호사

 

개인파산·회생을 통해 면책결정을 받게 되면 채무자는 빚의 굴레에서 경제적으로 해방되는 혜택을 입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일방적 특혜라고 폄훼해서는 안된다. 
빚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채무자도 국민이고 국가의 존재 가치는 국민을 보호함에 있기 때문이다. 빚 때문에 고귀한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의 목전에 서야하는 국민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는 국가가 있다면 그런 국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기회의 균등만을 강조한 나머지 빚에 허덕이고 있는 채무자의 사정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특수한 경우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한다면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근시안적인 시각에 사로잡힌 태도이다. 모두가 출발점이 같을 수 없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경제적 경쟁에서 탈락하고 주저앉은 일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더 힘을 내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국가 차원의 사회경제적 보호는 필수적이다. 자본주의 경제 선순환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이들에 대한 구제가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일조하고 사회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점은 역사적 경험이 증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한 역사적 경험의 제도적 산물이 바로 개인파산·회생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존재 의의는 빚의 탕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적 갱생의 기회 부여에도 있다는 점을 망각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개인파산, 개인회생 제도를 통하여 기존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만으로 국가가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경제적 갱생을 위한 후속조치에는 손을 놓고 있다면 이는 국가가 개인파산, 개인회생 제도의 진정한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법이 명하는 국민의 보호 의무를 유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의 제2항은 분명히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절차·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채무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 안된다면 절차가 모두 종결되고 면책을 받은 경우에는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더더욱 안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러나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국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난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벌어져 왔다는 점을 필자는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법원이 정당한 법적판단으로 채무를 탕감해주었음에도 금융기관들은 법률과 법원 판결에 의해 면책 받은 채무자들에 대해 소위 특수기록이라고 하여 현대판 주홍글씨를 면책결정 이후 5년 동안 자체 보유하고 있으면서 각종 불이익을 주어 왔고, 5년이 지난 이후라도 여전히 차별적으로 사실상 신용거래를 제한해 온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 금지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정부가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인지, 그 실태를 몰라서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인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이라고 한다면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은 요원하기만 한 것이다. 

결국 채무자들은 면책을 받았음에도 이후 어쩔 수 없이 다시 고리의 사금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 악순환의 뫼비우스를 헤매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금융기관들의 차별적 행태에 구체적인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정부와 새롭게 편성된 정치권에 이에 대한 시급한 제도적 보완을 이 자리를 빌어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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