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 잇따르자…"동물도 생명이다"

 

24일 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왼쪽)와 반려견 해탈이 주인 서한순(오른쪽) 씨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위헌법률신청서'가 담긴 봉투를 들고 있다. 노컷뉴스

동물학대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잇따르면서 '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을 '물건'으로 대하는 현행법이 동물 학대를 방조하고 시대 변화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 쇠파이프 휘둘러도, 산 채로 담가도 '물건'일 뿐인 동물

이웃집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해탈이. 바닥엔 피묻은 쇠파이프가 놓여있다. (사진=해탈이 주인 서한순 씨 제공)

광주에 살던 백구 '해탈이'가 지난 2015년 2월 별안간 이웃집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해 숨진 지 2년이 지났으나 주인 서한순(62) 씨는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년 동안 키워온 해탈이는 폭행 직후 피투성이 상태로 발견됐다. 한쪽 눈은 완전히 손상돼 빼내야 했고 턱관절이 부러지면서 짓지도 못했다. 해탈이는 그렇게 한 달간 고통스러워하다 숨을 거뒀다.

서 씨는 해탈이의 생전 사진을 볼 때마다 눈물을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학대로 인해 성대가 다쳐 죽는 순간까지 신음조차 할 수 없던 해탈이를 보며 "나를 얼마나 불렀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서 씨는 말했다. 또 "해탈이를 함께 키워온 딸도 그때부터 한 달 동안 밥을 거의 먹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했다.

 

 

건강했던 해탈이. (사진=서한순 씨 제공)

그러나 남의 집 개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학대한 피의자를 당시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 남성은 결국 재물손괴 혐의로 200만 원의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지난해 길고양이 600마리를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담가 도살한 후 건강원에 팔아넘긴 50대 남성 역시 집행유예 2년을 받을 뿐이었다.

◇ "시대 변화에 따라 법과 제도도 정비해야"
 

24일 동물보호단체 케어 등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흉악범들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까닭은 현행 민법 98조에서 동물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저 '물건' 취급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오스트리아가 무려 1988년, 독일은 1990년에 각각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을 민법에 추가한 것과도 비교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해탈이 가족과 동물보호단체 '케어' 등은 지난 23일 광주지방법원에 민법 98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정신청을 냈다. 다음 날에는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과 손해배상은 그 잔인함에 비해 처벌수위가 너무 낮다"며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법과 제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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