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금광저수지 상류, 바닥 드러내고 갈라져 

 

정규태(85) 할아버지.

"보통 가뭄이 아니야. 일만 죽도록 하고 70년 넘게 한 농사 이제 그만두려고…"

24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마둔저수지 인근의 한 농가.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했던 정규태(85) 할아버지는 매년 가뭄이 계속되고 나이가 들면서 70년 넘게 해온 농사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정 할아버지는 "이번에 정말 보통 가뭄이 아니여서 한 번에 10만 원씩 주고 물차로 4차례나 날라 논밭에 물을 주기도 했다"며 "물이 없어서 못 심은 것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고추밭 옆에는 아무것도 심어져 있지 않았다.

금광저수지 인근 농가에서 만난 한양순(61) 씨 부부는 그나마 나은 상황.

 


한 씨 부부는 새벽 4시부터 시작해 오전 11시쯤 일을 마쳤지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심은 모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노컷뉴스)

모를 다 심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다음 달 하순까지 비가 계속 오지 않으면 모내기를 한 논의 벼들이 타들어 가는 등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날 고대하던 단비가 내렸지만, 안성지역의 총 강수량은 4.7㎜에 불과했다. 가뭄 해갈에는 어림도 없는 양이다. 장마마저도 평년에 비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 씨 부부 등 농부들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7년 전쯤부터 고향으로 귀농했다는 한 씨 부부는 "농민들이 논에 물을 못 대서 아우성치니까 그제서야 끊었던 물을 내려보내 줬다"며 "저수지에 물이 거의 없어서 더 빼면 물고기가 죽는다고 거기 나름대로도 난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안성시 금광저수지. (노컷뉴스 자료사진)

실제로 마둔과 금광저수지는 댐 주변에만 물이 고여있을 뿐 상류는 바닥을 드러냈다. 

마둔저수지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물이 졸졸 흐르며 저수지를 채우고 있었다. 금광저수지의 경우 수심 얕은 지역은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류 지역 선착장은 저수지 바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경기도 안성시 마둔저수지. (노컷뉴스 자료사진)

이날 현재 유효저수량 470만t인 마둔저수지의 저수율은 7.7%에 불과했다. 심지어 유효저수량 1200만t으로 도내 3위인 금광저수지의 저수율은 9.4% 밖에 되지 않았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의 저수율은 41.3%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그다음으로 충남 49.1%, 충북 56.5%, 강원 59.1%, 전북 62.1%, 전남 63.6%, 경남 73.9%, 경북 74.2%, 제주 92.8% 순이다. 전국 평균 저수율은 62.1%로 집계됐다. 

통상 저수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가뭄지도상 '심함 단계'로 격상된다. 이는 가뭄 피해가 예상돼 관정·우물 등 새로운 용수원을 개발해야 하는 수준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뭄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경기 남부와 충남 서부 등 가뭄 피해 우려 지역에 급수대책비 40억 원을 풀었다.

경기도는 277억 원을 투입했다. 안성·화성 등 19개 시·군 165개 용·배수로 33.5㎞ 구간에 걸쳐 노후수로 보수·보강을 통해 물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11개 시·군 51개 지구의 관정과 양수장 등 용수개발을 추진 중이다. 충남도도 자체 예산으로 관정 등 용수원 개발을 위해 51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비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모내기에 물을 사용하다 보니 저수지의 저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비가 조금 온다고 해서 금방 차는 것도 아니다"며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6월달에 평년 보다 비가 적을 것 같다는 예보를 하고 있어서 저희들도 아주 애가 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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