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록 노조지부장 단식농성 9일째…사측 동시 압박
노조, 윤시철 시의장 만나 농성장 안전 보장·협상 중재 요구
사측 “쟁점은 고통분담…극단적 행동, 위기 극복에 도움 안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간부 2명이 25일 울산시의회 옥상에서 2016년 임단협 해결 촉구 및 조선산업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작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두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해를 넘겨 줄다리기 중인 가운데 노조간부 2명이 울산시의회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백형록 노조지부장의 단식농성도 8일째에 접어들었다. 올해 교섭을 앞둔 상황에서 작년 협상 마무리를 촉구하며 회사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25일 오후 2시 40분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진석 수석부지부장(교섭대표)과 김병조 정책기획실장은 울산시의회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건물 외벽에 내건 현수막에는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중단과 작년 교섭 타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농성장은 시의회 건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별도의 출입구가 없는 곳으로, 6층에서 연결된 옥외 휴게장소를 통해 접근한 것으로 추정된다. 옥외 휴게소와 농성장이 설치된 공간 사이에는 철재 계단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성을 시작한 이들은 숙식을 해결할 텐트와 생수, 음식 등을 챙겼다고 전했다. 특히 5ℓ가량의 휘발유를 소지한 이들이 경비태세를 갖추는 경찰과 일시적으로 대치하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소방당국은 농성장 인근에 소방호스를 연결해 준비했고, 건물 아래에는 대형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이들은 울산시장과 시의회 의장 면담을 요청했는데, 윤시철 의장과의 면담은 1시간여만에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노조 측은 농성자들의 안전 보장과 노사 협상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했고, 윤 의장은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중재 역할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은 백형록 노조지부장이 작년 협상의 회사 결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한지 8일째이기도 하다.

백 지부장의 단식과 간부 2명의 점거농성 등 노조는 다각도로 세간의 주목을 끌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해를 넘긴 교섭을 이달에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다. 그동안 백형록 집행부는 그동안 낮은 조직 장악력과 결단력 부재 등 지적을 받아왔다. 투쟁을 거듭하면서 조합원들의 지지도 상당히 잃은 분위기였다.

게다가 최근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하고 이른 회사에 전달하는 등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설수록 마무리하지 못한 작년 교섭이 집행부의 발목을 잡았다. 노사는 정확한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달 말 올해 교섭 상견례를 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조 측은 여전히 작년 교섭 마무리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여전히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조정, 기본급 20% 삭감, 상여금 분할지급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5분기 연속 흑자를 내는 회사가 조합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폐기돼야 할 요구안”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회사의 나은 미래는 경영진의 일방적인 주장과 강요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의기를 투합했을 때 가능하다”면서 “회사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면 노조도 회사의 발전과 나은 미래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사는 “이번 일이 발생하게 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사의 쟁점은 조선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과 일방적인 주장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농성을 해제하고 진지한 자세로 교섭에 복귀해 합리적으로 상식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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