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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칼럼]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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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 석 시인·작가들의 숲 대표
  • 승인 2017.05.29 22:30
  • 댓글 0
임 석 시인·작가들의 숲 대표

내 문학과 그림 작업실은 천전리각석 가까이에 있다. 가끔씩 대곡천을 따라 걷다보면 백악기에 살았다는 공룡들이 뚜벅뚜벅 꿈과 희망을 끌며 다가온다. 그 큰 덩치, 이제는 추억이 곁든 슬픈 전설이 돼 대곡을 누빈 흔적들만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연화산 끝자락과 마주보는 국보147호 천전리 각석, 샤머니즘의 반구대 암각화와는 달리 기하학적 문양으로 치장된 청동기를 거쳐 신라왕족들을 불러드리게 한 각석 옆에는 삼국통일의 주역인 화랑들의 군사 연병장이 있다. 이곳에는 아직 원시가 살아있어 한 번씩 길을 나서면 풀벌레 동심원들이 내 소식을 우주로 전송하기에 바쁘다.


초여름 밤비소리 자진모리 틈새에서
우주와 사랑 위해 주파수를 맞춰놓고
목청을 다듬어가는 돌림노래 저 장단

연못에 내려앉은 달도 별도 건져 먹고
소금쟁이 불러와서 물거울 닦게 하면
한 시대 가로 지르는 밀어 소곤 내통한다

사는 게 불안한지 눈만 멀뚱 그리다가
부레옥잠 올라 앉아 턱을 괴는 밤 시간
힘겨운 갈색출발점 구개음(口蓋音)을 쏟는다
           
                                                         -「천전리 개구리」전문

 

울산을 대표하는 울산고래축제가 지난 28일 막을 내렸다. 벌써 23회 째란다. 고래 이야기라면 먼저 반구대암각화 이야기가 있어야하고,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유구한 포경역사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인간과 유사하게 생태를 가진 고래는 포유류동물로서 육지에서 인간 같은 맹수들에게 쫓기다가 살기위해 오래 전에 바다로 삶의 근거지를 옮겼을 것이다. 긴 몸통과 커다란 입을 가지고 바다 속의 맛있는 동식물을 먹으면서 바다 깊숙한 곳에서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으려고 외롭게 살았을 것이다. 어쩌다 동물로 진화해 인간에게서 수난의 역사가 된 현재의 결과처럼, 차라리 암각화 바위 속에 오래도록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고래는 최초 육지동물의 형태에서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재의 형태로 지느러미가 발달해 바다로 간 것이 아닐까.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에서 알 수 있듯이 원시시대, 선사시대 이전부터 살아온 동물이다. 암각화에는 여러 가지 짐승들과 물고기들이 조각이 돼 있는데 그 중에 고래의 모습들이 특히 많이 그려져 있다. 선사인들은 돌창으로 고래를 포획하고 돌칼로 살점을 떼 내어 식량으로 사용하며, 물가로 나온 고래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 놓았을 만큼 고래는 그 시대 인간의 주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에 새긴 선사예술의 초기형을 잘 나타나게 해주고 있다. 그럼 반구대암각화를 조각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 높은 곳까지, 밑그림도 없이 곡예에 가까울 정도로 조각을 했을 것이다. 거의 걸작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창조했던 것이다. 거기에서 의식을 행하고 그림 그리는 장소로 사용됐던 것이 아닌가. 생식과 번식과 주술의식, 죽은자들의 영혼이 머무는 장소, 신과 만날 수 있는 공간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질 수 있겠지만, 현실세계와 다른 특별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과연 그 시대의 예술가가 회화의 기술을 익힌 사람이었을까, 반구대암각화 그림은 그 어떤 현대 미술작품에도 뒤지지 않는 기술의 완성도에서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감동을 담고 있다. 능숙한 솜씨와 재능, 영감과 독창성, 감수성과 신성함으로 빚어진 창조물 앞에서 현대의 순수미술이 무색해진다.

그 시대 암각화 사람들은 어디에서 생활했을까. 움막, 동굴, 어둠과 추위, 습기, 비와 강한 바람, 번개와 천둥소리로 인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이겨내고, 그 당시 특별한 주제의 그림을 특정한 장소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그렸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수준 높은 문화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국보 제147호 천전리각석은 우리나라 최초로 발견된 암각화유적으로 각종 동물모양과 동심원, 나선형, 마름모와 추상적인 문양, 돛을 단 배 등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이어주는 종교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돛을 단 배 그림이 있는 것은 배가 반구대까지 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남은 우리 선사의 자취,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울산의 자랑, 고래가 사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그 삶의 밑바닥에서 품어내는 싱싱한 생명력,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존재의 방식이란, 문명의 독을 씻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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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석 시인·작가들의 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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