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부국회의원·울산 울주

새정부 에너지 정책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원자력 중심 발전 정책을 폐기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9일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단계적으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해 나가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분명한 뜻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원자력 감축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 등 원칙적인 입장은 필자도 존중한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현재 추진 중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크게 일어나고 있어 염려스럽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사업은 2014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총 공사비 8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2017년 4월 현재 총 공정율은 28%이며, 정상적으로 추진될 경우 5호기는 2021년 3월에, 6호기는 2022년 3월에 상업운전 예정이다. 2016년 6월 건설 착수 후 기초공사 완공 등이 이미 이루어졌고, 지금까지 총사업비 8조6,000억원 가운데 이미 1조5,000억원 이상 투입됐다. 따라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측면의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먼저, 산업·기술적 측면의 문제가 있다. 2009년 UAE 원전 수출, 2015년 사우디 스마트(SMART) 원자로 수출을 위한 건설 전 설계협약, 2017년 요르단 연구로 수출가동 등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원전 수출국으로서 이미 세계적으로 원자력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안전성능 종합지수는 10기이상 원전 운영사 중 미국 엑슬론사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따라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중단은 우리 원자력기술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셈이며 지금까지 이룩한 원전의 산업적·기술적 인프라를 쇠퇴시켜 장기적으로 원전 수출 국제 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둘째, 사회적 측면에서의 문제점도 있다. 국민 안전을 고려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돼야 하는 것이라면 기존 가동 중인 25개의 원전을 먼저 정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원자력이 안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친환경적 에너지원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자율유치로 건설 중인 원전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보다는 주민, 사업자, 전문가, 정부 등 사회적 합의에 따라 건설 중단여부가 논의돼야 한다. 

셋째, 경제적 측면의 문제점이 가장 현실적이다. 1조5,000억원이 투입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시 계약 해지에 따른 보상, 매립비용이 2조5,000억원 발생하는 등 천문학적인 재정 낭비가 우려된다. 현재 원전 건설 분야 참여업체가 대부분 중소기업이며 기자재 제작, 소재 및 부품 공급사의 90%가 중소기업이다. 따라서 건설중단시 512개 관련 기업의 인력유지가 힘들고 경영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현재 구조조정 중인 조선산업 유관인력 투입으로 고용문제 해소를 기대하던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탈원전 정책과 관련한 정부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 다만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줄이면서 발생하는 전력 부족분은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지난 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39.3%는 석탄이, 30.7%는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 LNG발전은 18.8%,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7%이다. 공약에 따라 원전과 석탄화력 건설을 중단한다면 오는 2030년 원자력 비중은 18%, 석탄화력은 25%로 떨어지고 LNG가 3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원자력(68원)과 석탄화력(73.8원)보다 발전단가가 비싼 LNG(101.2원)·신재생에너지(156.5원)로 전기를 만들 경우 원가상승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스위스 등은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영국·일본·중국 등은 원전 활용을 계속하거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비중을 86%로 높일 방침이고,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54기의 원전을 폐기 혹은 가동중지 시켰으나 2012년말 아베 정부 출범 이후 5기의 원전을 재가동했다. 중국은 지난 해 3월 현재 운전 중인 33기의 원전 외에 22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여나가고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필자도 대찬성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에너지 정책 변경으로 현재 건설 중인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정책이다. 원전 안전성 확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에너지 비용에 대한 국민 부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 현재 최상의 정책대안일 것이다. 새정부 출범을 맞아 국민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주민갈등을 피하는 신중하고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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