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한껏 늘어졌다. 길어진 낮을 따라 한 해의 절반을 접는 유월이 뜨겁다. 시나브로 지나온 시간과 남은 시간을 헤아리게 한다.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변명했다. 1987년 1월의 얘기다. 학생들은 시위에 나섰다. 4월 13일 헌법을 바꾸지 않겠다는 호헌(護憲)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5월 18일, 박종철군 죽음을 둘러싼 축소 조작 사실이 폭로되면서 저항 분위기가 고조됐다. 6월 9일, 연세대 학생들이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한열군이 최루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그는 7월 5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박종철과 이한열, 이들 죽음은 우리가 어떤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자욱한 최루탄 연기속에 전국 도심을 가득 메운 시위 물결에 결국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약속하며 사실상 항복했다. 2007년 6월 ‘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6월 민주항쟁을 이끈 학생운동의 주역인 86세대는 ‘적폐청산으로 촛불혁명 완성’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요직에 포진했다. 

50대 초반 86세대가 우리 사회를 주도하게 됐다. 당시 ‘넥타이 부대’는 60, 70대의 이른바 ‘산업화 세대’다. 상당수는 86세대가 주도하는 개혁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개혁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세대 갈등과 분열을 낳을 수 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용마(龍馬)가 나타났는데 온 고을의 힘깨나 쓴다는 장정들이 물려와 모두 한 번씩 올라타 보는 바람에 용마가 지쳐 쓰러졌다.” 6월 민주항쟁 기념식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이 한 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그간 억눌려 있던 많은 바람이 분출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모두 이룰 수 없는 상황을 함께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과도한 기대와 성급한 요구가 새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새 정부가 자칫 진보 진영의 개혁요구만 수용한다면 갈등과 분열이 더 심화 될 수 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대통합으로 청년 세대에게 희망의 미래를 물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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