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시인

“진정한 마음을 진정한 가슴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진정한 인연은 청정한 믿음 속에서 발전됩니다. 당신의 보물이 어디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창가에서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나는 주저 없이 “오늘은 진정한 벗들에게 있습니다. 그 보물들이 울산으로 오는 날입니다.” 라고 답하고 새벽 기도를 마무리했다.
어릴 적 나와 놀던 동무들이 울산을 방문한다고 하여 며칠 고민에 빠졌었다. 올해가 ‘울산 방문의 해’라는 것을 알고 모임을 울산으로 정했을까? 아니면 순전히 내 건강에 대한 배려였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동안 가슴이 벅차오름을 견딜 수 없었다. 몇 가지 열대 과일을 씻어 두 개의 용기에 담고 차가버섯을 우려내 피크닉가방에 넣었다.

울산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곳은 많지만 어떤 지역부터 벗들을 안내해야 할지, 나는 울산의 긴 역사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반나절의 짧은 시간 안에 울산을 알릴 수 있는 지역이 어딜까? 고민 끝에 생태공원인 중구 ‘십리대숲’을 선택했다. 동구 대왕암공원은 오래 전 몇 번 갔었다. 북구 쇠부리축제는 이미 끝났고 남구의 고래축제, 장미축제는 진행 중이었지만 복잡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 울산의 젖줄 태화강을 소개하면서 ‘십리대숲’을 산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동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나에겐 중요했다. 십리대숲 터널 속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차를 마실 것을 생각하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일 년에 한 번씩 모이는 우리 멤버 다섯 명은 서울, 부산, 울산에 살고 있다. 그래서 전국 각지 특정을 곳을 선택하거나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울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늘은 맑았고 살갗에 닿는 바람도 상쾌했다. 드디어 벗들이 도착했다. 작년 ‘외암마을’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더 건강해지고 예뻐졌다. 서로 얼싸안고 악수를 했다. 만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행동은 마치 초등학생 시절 그대로였다. 
현대자동차와 가까운 북구 명촌, 어느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차도 마시고 천천히 십리대숲으로 향했다. 벗들에게 차창 밖 태화강을 바라보게 했다. 서울 한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작은 강이지만 아주 깨끗하고 동화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말 탓인지 십리대숲은 타 지역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산업수도에서 관광도시로 알려지고부터 십리대숲은 인기가 많아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근래에 와서 울산시민의 문화의식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가령, 단체사진을 찍고 싶어 주위를 둘러보며 머뭇거리고 있으면 어느 새 울산시민 한 사람이 달려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먼저 말을 건다는 것이다. “예전의 울산이 아니야, 오! 울산이 많이 달라졌어!” 걷는 내내 벗들은 생태문화공원으로 거듭난 태화강변과 울산시민의 부지런함을 칭찬했다. 대숲 터널을 걷다보니 ‘모기트랩’이 눈에 띄었다. 방문객들의 건강을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깨가 으쓱해졌다.

십리대숲을 한눈에 감상하려면 강 건너 전망대에 올라보는 것도 좋은데,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십리대숲을 통과해 태화루까지의 거리는 만만치 않았다. 단숨에 태화루에 올라 남구와 중구를 잇는 풍경을 바라보며 우정을 쌓았다. 멀리 십리대숲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벗들은 태화강이 유난히 정겹다고 했다. 차후 십리대숲을 한 번 더 오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숲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진정한 마음을 진정한 가슴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라는 문구가 다시 출몰하면서 내 마음 속에도 꽃이 피었다.
이젠 본격적인 여름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십리대숲은 더 바빠질 것이다. 올봄부터 필자는 십리대숲을 세 번을 방문했었다. 십리대숲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곤 했다. 그 결과물인 필자의 시 「십리대숲」을 소개한다.

‘대나무는 수천 물의 곡절을 안고 산다/ 부러지지 않는 무기한의 광야/ 매일매일 하늘을 쓸어내리며/ 윤회를 경험한다/ 기나긴 역사, 마디마디의 공명/ 깊고 아득하여라,/ 연어가 회귀하는 강/ 소년의 어제가 흰 구름으로 떠 있는 시간/ 누구든 스치어라/ 무작정 스치어라/ 아픈 어제는 내가 다 지워 줄 터이니/ 서걱거리는 댓잎처럼/ 마음 비우며 스치어라/ 음이온 그득 실은 배 한 척/ 소년과 연어가/ 평온한 열반으로/ 대숲 깊숙이 노를 젓는다 / 잃어버린 사랑, 아침이 되어 돌아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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