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洪, 친박계 부글부글…元 "태도 안 바꾸면 사생결단"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왼쪽),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노컷뉴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가 레이스 초반부터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홍 전 지사의 '친박 바퀴벌레' 도발로 계파 간 대결 분위기로 흐르더니, 경선 TV토론회 실시 여부로 갈려 감정싸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 일각이 밀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후보는 한국당 전당대회를 장난대회로 만들지 말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지난 20일 예정됐던 호남지역 TV토론회가 무산된 데 반발했다.

원 의원은 홍 전 지사가 향후 다섯 차례 방송 토론회를 모두 거부하기로 했다고 주장하며, "후보가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후보직도 내려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고, 당원과 국민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한다"면서 "홍 전 지사가 왜 당 대표에 나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했다.

친박계를 향했던 홍 전 지사의 거침없는 발언에 대해 쌓여 왔던 불만도 폭발됐다. 원 의원은 "한국당이 (홍 전 지사의) 막말과 기행으로 품격 없는 보수로 나락에 빠지고 있다"며 "조롱과 조소의 정당으로 추락하고 있는 데 대한 응분의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지사가 대선 패배 직후 미국 체류 당시 친박계를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숨어 있다가 당권을 노리고 기어 나온 바퀴벌레'라고 한 데 이어, 최근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주사파 패당'이라고 폄하하는 등 '보수의 품격'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 의원은 "만약 입장 변화가 없다면 홍 전 지사가 사퇴하던지, 내가 사퇴하던지 사생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TV토론 보이콧이 계속되면 후보직 사퇴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지사 측의 내부 기류는 TV토론회 참여에 대해 찬반이 갈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당시 TV를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노출된 데 대해 꺼려하는 기류와 토론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엇갈려 있다고 한다.

홍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일정 조정에 문제가 있었을 뿐 토론회 보이콧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광주민방의 경우 지역 케이블인 점, 한국당의 우호적이지 않는 지역정서 등을 감안해 참석을 반대했지만, 중앙 지상파 방송의 토론회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 선관위도 다음주부터 부산(25일)‧대전(26일)‧대구(28일)‧수도권(29일) 순으로 합동연설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지역 TV토론회까지 챙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연설회를 TV로 중계하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의 감독 격인 선관위가 정한 일정을 거부하는 등 벌써부터 대세론을 의식한 홍 전 지사의 행보에 당내 불만이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당 대표가 다 된 듯 일방통행을 하고 있으니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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