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계곡 모두 말라 농작물 피해 눈덩이
병충해까지 기승…당분간 비 소식 없어

 

지난 24일 장기간의 가뭄으로 울주군 웅촌면 한 저수지의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사상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마을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올해 장마의 시작이 예년보다 늦어지는데다 강수량도 적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 돼 농민들의 마음도 작물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다. 

25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가뭄피해가 접수된 논밭은 44ha, 밭이 9ha 등 총 53ha다. 이중 울주군 상북면이 20ha로 전체피해 규모의 3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접수된 수치일 뿐 더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으며, 앞으로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이 농민들과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의 농경지들은 물기하나 없이 황폐한 상태였다. 이곳 인근에 있는 ‘담뒤저수지’는 이미 오래전에 물이 말랐고 바닥은 갈라져 있었다.     

농민 김모(62·여)씨는 “지난 봄에 수확철을 기대하며 들뜬 마음으로 모내기를 했는데 벼가 익어가는 모습은커녕 제대로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봄 가뭄’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이어 “논농사 뿐만 아니라 블루베리, 양파, 감자 등 제대로 자라는 작물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북구 달천마을 농민들은 가뭄피해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저수지마저 잃게 될 위기에 놓였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모바일테크밸리산단이 북구 달천동 산 5 일원 31만3,730㎡ 부지에 사업비 915억원 규모로 들어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곳 달천마을에서 30년 넘게 4,297㎡ 규모의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는 주민 김모(65·여)씨는 “1만3,200㎡가 넘는 달천저수지를 없애고 산업단지(모바일테크밸리)를 지으려 한다”며 “이렇게 극심한 가뭄 속에 논농사도 힘든데 저수지마저 빼앗아 가면 농민들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시청에 가서 항의도 해봤지만 일부 찬성하는 주민들의 의견만 듣고 사업을 밀어부쳤다”며 “사실상 이곳은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으로 묶여있는 곳이고 주민들 모두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하는데 가뭄과 저수지 폐쇄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달천저수지 상류에 있는 북구 가대동과 중구 성안동도 상황은 심각하다. 지속적인 가뭄에 모내기를 마친 일부 논바닥이 갈라지고 농민들이 직접 개울물을 억지로 끌어다 쓰고 있지만 마을 하천은 물길이 끊겨 양수기도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시행사가 저수지 부지를 가져가는 대신에 지하수 개발을 약속했지만, 과연 퍼 올릴 물이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가뭄으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울주군 온양읍 내원암계곡으로 더위를 피해 친구들과 나들이를 간 이모(26·여)씨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계곡에 물이 말라서 오히려 답답하기만 했고 쉴 마음이 사라진 것.

이씨는 “주말에 시원한 계곡을 보러 왔는데 마음만 답답해 졌다”며 “다시 친구들과 차를 돌려 치맥을 먹으러 가야했다”며 “한여름에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어디로 피서를 가야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 각지에서 병충해까지 창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울산지역에 신고가 접수된 건수는 없지만, 밤나무, 옥수수 등의 작물에서 창궐한 만큼 울산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달천저수지 폐쇄 등의 문제는 가뭄대비를 미처 예상치 못한 부분”이라며 “산단 조성에 앞서 시행사가 저수지 용도폐지 대책으로 농업용수 공급에 필요한 지하수 개발 시행계획을 공고했다”고 말했다. 또 “가뭄 대비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시행사에 요구하겠다”며 “시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인데도 비가 올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울산기상대는 25일 밤늦게까지 울산지역에 3~7mm의 비가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정도 양의 비로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최근 울주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입한 10억원도 피해 최소화 수준일 뿐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뭄 해소에 대한 농민들의 갈증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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