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는 거의 연례행사였다. 댐이나 저수지 등 수리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에 농사의 풍년과 흉년은 거의 하늘에 맡겨야 했다. 저수시설과 관개시설을 잘 갖추었다는 현대에도 대자연의 운행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니 하늘만 바라보아야 했던 옛날에는 오죽했을까.

옛날의 기우제는 비가 계속오지 않으면 여름 내내 계속 됐다. 종묘나 사직 등 어디 한 곳에서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삼각산(三角山) , 백악산(白岳山), 목멱산(木覓山), 한강(漢江), 용산강(龍山江) 등 산천 곳곳에서 올렸다. 신농씨(神農氏), 후직씨(后稷氏), 바람의 신, 구름의 신, 천둥의 신 등 온갖 신들에게 비를 기원했다. 심지어 무녀들까지 궁궐로 불러들여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인간의 기도가 비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은 동과 서가 마찬가지였다. 비를 부르는 ‘레인 메이커(Rain maker)’는 여러가지 의미를 지녔다. 원래는 기우제를 올리는 인디언 주술사를 뜻했다. 미국 애리조나의 호피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올리면 100% 확률로 비가 내렸다고 한다. 비가 올 때 까지 기우제를 계속 했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비를 부르는 주술사가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고 믿었다. 레인메이커가 ‘행운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영업실적 우수자’ 라는 뜻도 있다. 영업 성과에 단비를 내리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뭄이 계속되자 기후변화라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물관리 정책의 일대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물 정책은 예산만 낭비하고 환경만 파괴한 셈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물관리 시설이 1990년 즈음 완비됐는데도 수질과 상하수도 분야의 관리와 시민 서비스 개선 등으로 물 정책의 중심을 옮기지 못하고 계속 시설공사에만 집착한 탓이다. 특히 중앙의 물 관리 부처들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지자체들이 물 유지관리 사업에 써야 할 예산을 고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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