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붙잡힌 사기범들 "우리도 피해자, 꼭 좀 잡아달라" 강력요청 

 

 

(노컷뉴스 자료사진)

수억 원 대 사기로 지난달 구속된 사기범 일당에게 역으로 사기를 쳐 돈을 뜯어낸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를 입은 사기범 일당이 "꼭 좀 잡아 달라"며 강력하게 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보름 만에 해당 여성을 붙잡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송모(65) 씨를 구속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송 씨는 지난 1월 문모(78) 씨 일당이 사기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접근해 3억 원을 빌려주면 10시간 내 5억 원으로 돌려주겠다며 받아낸 뒤 돈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는 문 씨 일당이 피해자에게 다가간 수법과 유사하게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접근했다.

 


송 씨는 모처에 큰 돈을 보관 중인데, 비용을 지불해야 돈을 빼올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3억 원을 빌려주면 10시간 내 2억을 붙여 5억으로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문 씨 일당이 돈의 정체를 물으면, 송 씨는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돈을 벌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핀잔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혹한 일당 중 한 명이 송 씨에게 3억 원을 건넸다.

이는 과거 문 씨 일당이 피해자에게 돈을 뜯었던 수법과 유사하다. 문 씨 일당도 피해자를 물색하며 자신들이나 돈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과는 연락을 끊었다.

또, 문 씨 일당은 사기 행각을 벌일 때, 지리산에 보관 중인 트럭에 달러, 채권 등 수백억 원이 담겨 있다며 차량 인수비용만 주면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돈을 줄 수 있다고 속였으나 그런 트럭 자체가 없었다.

송 씨도 많은 현금을 보관하고 있는 곳과 이야기가 돼 쉽게 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역시 그런 돈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들이 벌였던 사기 행각과 유사한 수법에 역으로 당한 셈이다.

경찰조사결과 문 씨 일당은 자신들도 사기 피해자라며 억울해 했고, 송 씨를 붙잡아 수사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붙잡힌 송 씨는 "단지 돈을 빌렸을 뿐, 언제 갚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서로 10만 원만 빌려줘도 사용처를 꼼꼼히 묻곤 하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며 과장된 말을 쉽게 믿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3일 경기 남양주 시에서 송 씨를 붙잡아 구속한 뒤, 지난 20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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