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울산방문의 해’ 특별기획] 울산이 부른다! GO!GO! 
9. 울주 대곡천 ‘역사문화길’

국보 반구대암각화·천전리각석
일대 문화유산이 ‘대곡천 암각화群’
세계문화유산 잠재목록 등재

대곡댐 상류 백련구곡·반계구곡
거북이 넙죽 엎드린 형상의 ‘반구대’
집청정·모은정·포은대 등 ‘반구십영’

천전리각석에 새겨진 신라명문 등
신라·고려·조선 역사 문화 오롯이
1억년전 공룡발자국 등 산 교육장

‘산 아래 흐르는 물 위 수백 보(步)가 마치 거북이 넙죽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절경 반구대(포은대) 일대를 드론으로 촬영했다. 가운데 아랫부분의 기와가 집청정, 왼쪽 기와집이 반구서원이다. 집청정 앞 개울 건너가 학소대, 거북 머리에 해당하는 돌출부위의 누각에 포은대영모비 등이 있다.

울산 울주 대곡천은 이 땅에서 산 선사인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2곳의 암각화와 포은 정몽주 등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거쳐간 명승 반구대(포은대) 등을 품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는 대곡천 일대의 문화유산을 묶어 ‘대곡천암각화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울산방문의 해 특별기획 울산이부른다! GO!GO! 아홉번째는 울산 울주군 대곡천으로의 역사 문화 여행이다.   

◆고래가 유영하는 대곡리 암각화 

대곡천은 지금 여름이 절정이다. 울산 언양에서 경주방면으로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표지판을 보고 야트막한 산길을 따라가면 짙은 녹음에 잠긴 계곡을 만난다. 백련구곡(白蓮九曲)과 반계구곡(磻溪九曲) 등 아홉 구비의 절경을 두 곳이나 거느린 대곡천이다. 

대곡천 역사문화길 탐방 여행은 ‘반구대암각화'로 불리는 대곡리 암각화에서 부터다. 대곡천 입구에 모형이 설치된 암각화박물관이 있지만 ‘디지털'에 길들여지기 전에 암각화를 먼저 보는 것이 좋다.

제공:울산대곡박물관.

지난 1971년 발견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는 7,000년 전 선사인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인근에 위치한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과 함께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세계문화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돼 있다. 

수직의 거대한 바위면 아래에 높이 3m, 폭 10m에 걸친 암각화에는 고래 등 동물과 인물, 도구 등 75종 300여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대부분 도구를 이용해 쪼아 새긴 것으로 학자들은 신석기∼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래, 거북, 호랑이, 멧돼지 등 동물들과 작살, 그물 등 수렵도구, 그리고 사람들 얼굴과 전신상이 새겨져 있어 그 당시 생활상을 한눈에 짐작해 볼 수 있다. 

암각화는 주인공은 아무래도 고래다. 작살 맞은 고래부터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반구대 암각화가 우리 민족의 기원과 문화 원형을 알려주는 유산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한다. 

반구대 암각화 전면에는 망원경 3개가 설치돼 있다. 꼭꼭 숨어 있는 그림을 또렷이 보려면 서쪽으로 해가 걸리는 늦은 오후시간대가 좋다고 한다. 그림의 홈에 햇빛으로 인한 그림자가 스며들기 때문이란다. 

울산암각화박물관.

◆시인묵객들이 찾아든 ‘반구십영’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한 태화강 물길은 두동면 천전리, 언양읍 대곡리, 범서읍 사연리 까지 휘어지고 또 휘어지면서 태화강에 다다른다. 수 천 년을 흘렀을 물길 주위에는 칼로 깎은 듯 우뚝하게 서 있는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대곡댐을 기점으로 상류에는 백련구곡(白蓮九曲), 하류에는 반계구곡(磻溪九曲)이 형성돼 있어 옛 부터 지조 높은 선비들이 이곳을 찾아 시문을 짓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한실마을로 가는 갈림길에서 포은대(圃隱臺)를 만난다. 이곳의 원래 이름이 반구대(盤龜臺)이다. 옛 언양읍지’(1919)에는 반구대를 ‘산 아래 흐르는 물 위 수백 보(步)가 마치 거북이 넙죽 엎드려 있는 형국이어서 그 이름을 반구대라 했다’라고 적어놓았다.

반구대 1km 아래쪽 바위 면에 그려진 암각화를 발견한 후 ‘반구대암각화'라는 명칭을 붙이는 바람에 이름을 잃은 곳이다. 다행히 최근 많은 학자들이 반구대의 명칭을 되찾아 줘야 한다는데 공감을 하고 있다. 

반구대암각화.

반구대 거북 머리 아래로 작은 언덕에 외로이 보이는 비각이 있다. 비각 안에는 ‘포은대영모비(圃隱臺永慕碑)’와 ‘포은대실록비(圃隱臺實錄碑), 그리고 ‘반계서원유허비(磻溪書院遺墟碑)’가 나란히 서 있다. 

유허비각을 건너다보는 자리에 포은 선생의 가르침을 후학에 전하고자 지방 유림들이 세운 ‘반구서원’이 자리했다. 

반구대를 관망할 수 있는 곳에 고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집청정(集淸亭)’이다. 조선 영조 때의 병조판서 최진립의 증손인 최신기가 문중의 정자를 이곳에 짓고 ‘집청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집청정 건너편의 바위면에 서석(書石)과 바위그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盤龜(반구)’와 ‘玉泉仙洞(옥천선동)’, ‘圃隱臺(포은대)’ 등의 글자가 선명하며, 2마리의 학 그림도 있다.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는 비래봉이다.

신형석 대곡박물관장은 “옛 문헌을 확인해보니 반구대 주변에는 집청정을 비롯 모은정, 관어대, 선유대, 포은대, 학소대, 망선대 등 ‘반구십영’이 존재했다”면서 “반구대가 제 이름을 찾고, ‘반구십영'을 잘 활용한다면 그 자체로 빼어난 가치를 지닌 유산이 된다”고 전했다. 

울산대곡박물관.

◆살아있는 역사의 산 교육장

반구대에서 암각화박물관을 지나 대곡천을 따라 가면 천전리각석을 만날 수 있다. 너비 9.5m, 높이 2.7m 천전리각석은 바위면 자체가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이때문에 수천 년 동안 비바람을 견딜 수 있었다.

남성 상징성을 가진 돌출형 바위에는 여성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묘사하면서 다산을 염원한 흔적이 보인다. 동심원에서 긴 타원형으로, 그리고 사각형으로 바뀌었지만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천전리 각석 아래 부분에는 300자가 넘는 신라명문이 새겨져 있다. 신라 법흥왕대에 두 차례에 걸쳐 유람한 것을 기념하여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법흥왕의 부친인 사부지 갈문왕과 사촌누나가 놀러와 새긴 법흥왕 12년(525) 6월 18일의 명문을 서각 원명(오른쪽 명문), 그 뒤 사부지 갈문왕 일행이 법흥왕 26년(539년) 7월 3일 다시와 기록한 것을 서각 추명(왼쪽 명문)이라 한다.

천전리각석.

명문 중에는 사탁부(沙啄部)라는 부명이 여러 번 언급돼 있다. 이것은 이곳이 신라 6부의 하나인 사탁부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장소임을 뜻한다. 이곳은 사탁부의 고유 종교의식이 행해지던 성지(聖地)였을 가능성이 높다. 

천전리 각석 맞은 편 평평한 바위는 약 1억 년 전 백악기 시대를 살았던 중대형(길이5∼25m)공룡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곳엔 대형 초식공룡인 한외룡(울트라사우루스)을 비롯하여 중형 초식공룡인 이구아나룡에 속하는 고성룡(고성고사우르스) 등의 공룡발자국화석 200여 개가 확인되고 있다.

신형석 관장은 “대곡천은 선사시대 암각화만 있는 곳이 아니다. 신라를 비롯 고려, 조선시대 등 이 땅을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남아있어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울산을 방문할 때 반드시 들려야 할  핵심 관광 콘텐츠로 손색이 없다”고 전했다. 

글.사진=강정원 기자 mikangjw@iusm.co.kr
드론 촬영=김동균 기자 dgkim@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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