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전시교육담당 학예연구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살기 좋은 동네에 터전을 마련하고 살고 싶어 한다.
현재 사람들은 어느 지역은 교통이 편리하고, 어느 지역은 자연환경이 좋고, 어느 지역은 교육환경이 좋다는 등 살기 좋은 요소를 찾아 더 좋은 곳에 살려고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 1690~1752)의 대표저서「택리지」에 당시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기준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노론이니 소론이니 하는 정치적 사색당파가 극심했던 시대를 살았다. 20대에 과거시험에 합격해 여러 벼슬을 했으나, 정치역정은 평탄하지 못했다. 당파싸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여러 번의 유배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유배생활 이후에도 당쟁의 상처가 마음에 크게 남아 정치 참여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 후 그는 그러한 좌절 속에서 30여 년 동안 전국 8도를 돌며 방랑생활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토의 모습을 정리하고, 이 땅을 살다간 인물을 되새기며, 우리의 풍속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1751년 경 현지답사를 기초로 해 저술한 불후의 걸작「택리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택리지」는 사민총론(四民總論), 팔도총론(八道總論), 복거총론(卜居總論), 총론(總論)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복거총론’은 책의 거의 반을 차지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중환이 가지고 있던 살기 좋은 고을 기준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우선, 사람이 살 터를 잡는 데는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4가지를 기준으로 잡았다. ‘지리’는 풍수(風水)에서 말하는 지리의 뜻으로 사람이 살기 좋은 자연환경을 말하는 것이며, ‘생리’는 비옥한 토지, 어염과 내륙의 곡물과 면화가 교역되는 위치, 그리고 해운과 하운의 요지 등 경제적 요인을 일컫는 것이다. ‘인심’은 세상 풍속이 아름다운 곳, 즉 사람답게 사는 것을 말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산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소풍갈 수 있는 곳, 경치가 좋고 놀기 좋은 곳, 요새 말로 하면 힐링하기 좋은 곳을 말한다.
이중환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지리가 좋아야하고, 생리가 좋아야 하고, 인심이 좋아야 하고, 산수(山水)도 좋아야 한다고 보았다. 4가지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지리가 좋아도 생리가 부족하면 오래살 수 없고, 생리가 좋더라도 지리가 나쁘면 역시 오래 살 곳이 못된다. 지리와 생리가 함께 좋아도 인심이 나쁘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기고, 근처에 경치 좋은 산수가 없으면 정서적으로 좋지 못하다고 보았다.
「택리지」의 관점에서 우리고장 울산은 어떨까. 자동차로 30분 거리 안에 푸른 바다와 높은 산이 있고, 도심 가운데를 가로 질러 흐르는 강이 있어 자연환경이 좋다.
또 좋은 바다가 있고, 물을 풍요롭게 공급하는 강들이 있으며, 땅이 넓고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잘 갖추어져 있어 경제활동하기에는 하늘이 내려준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동해의 대왕암, 간절곶, 태화강 공원, 선바위, 택리지에 원적산으로 기록된 천성산 등의 영남의 알프스, 반구대 등 산수가 좋은 곳이 아주 많이 있다.
그렇다면, 이중환이 강조했던 ‘인심’부문은 어떨까. 필자가 생각컨대, 다른 대도시보다 울산사람들은 인심이 좋다. 산업수도라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인가 사람들의 표정이 훨씬 더 여유 있어 보인다.
그래도 보다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시민 모두, 각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실천한다면, 택리지가 말하는 4가지 요소 모두를 충족시키는 더욱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 매달 작은 기부를 할 것이고, 도로 위에서는 양보운전을 할 것이고, 공원을 산책할 때에는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안 할 것이고, 길 위에서는 침 안 뱉고, 껌 안 뱉고, 고성방가 안하고, 줄 서서 기다리는 곳에서는 새치기 안하고 조용히 기다릴 것이고, 등등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