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미
취재1팀

6,470원. 영화 한편을 볼 수도 없고, 책 한권을 살 수도 없는 돈. 허름한 식당 벽면에 적힌 된장찌개 정식 가격보다 적은 금액.

하루하루 달라지는 물가 앞에서 최저임금은 비참하다. 꼬박 한시간을 일하고 번 돈의 가치가 그렇다.

10년 전 대학교 새내기 시절. 학교 앞 구비진 골목에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식당이 즐비했다. 밀면 1,500원, 돼지국밥 2,500원, ‘오늘의 정식’ 3,000원. 그보다 500원 비싼 제육 정식.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고기 질이 한눈에 봐도 좋진 않았지만 그 푸짐함이 덧보탠 500원보다 값진 한상이었다.

그때 최저임금이 시급 3,480원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은 3,000원도 채 오르지 않았다. 

당시 20만 원 선이던 학교 앞 원룸 임대료는 이제 50만 원에 육박한다. 한 달 방값을 내려면 꼬박 77시간 이상을 일해야 한다. 한 달 절반의 노동을 방값으로 내놓고 나머지 절반으로 살아가야 할 노동자의 삶에는 저질의 제육과 같은 아주 사소한 사치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은 11년만에 처음으로 동결이 아닌 인상안을 내놨다. 155원. 하루(8시간)면 1,240원. 일터로 나가는 편도 버스비도 안되는 이 인상안을 두고 노동계는 종이박스 값이라고 비난했다.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그 취지는 어디로 숨었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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