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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칼럼] 울산과 체르노빌의 증인, 알렉시예비치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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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영 시인·비평가
  • 승인 2017.07.04 22:30
  • 댓글 0

20년에 걸쳐 완성한 ‘체르노빌의 목소리’
인류 미래의 재앙 막기 위한 생생한 기록
세계 원전 밀집 1위 한국 귀담아 들어야

 

문 영시인·비평가

“인류는 원자력발전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일까요? 아니요, 아닙니다.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허용돼서는 안됩니다.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폭탄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핵무기처럼 위험한 것입니다. 전 세계 어떤 나라의 국민도 그들이 방사능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원자로 하나가 지구의 절반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체험한 환경학자 알렉세이 야코블레프(러시아학술원 부회원)가 한 말이다. 알렉시예비치는 2017년 서울 국제문학포럼 강연에서 이 인터뷰를 인용했다. 나는 그 포럼에 참가해 그녀의 강연을 귀 기울여 경청했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체르노빌 참사로 공포와 악몽, 죽음을 겪은 사람들과 인터뷰한 르포이다. <백년 동안의 고독>을 쓴 콜롬비아 작가 마르케스는 르포는 ‘문학의 장르’이며, ‘저널리즘의 꽃’이라고 했다. 알렉시예비치의 이 책은 마르케스의 말을 입증하고 있다. 그녀가 거의 20년에 걸쳐 완성한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은 사람들의 삶과 운명, 재난의 역사를 증언하고 기록한 글이다. 이 책에서 인터뷰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지금까지 인류가 가진 지식과 과학으로서는 방사능 피폭과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방사능 피폭으로 죽어가는 남편을 둔 아내에게 담당 의사가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됩니다! 만지면 안 됩니다! 이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사능 오염 덩어리입니다”라는 말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방사능은 형체도 없다. 방사능은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물질이다. 방사능 핵폐기물의 수명은 처리에 따라 5만년, 10만년이나 20만년을 넘는다.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역사보다 더 길 수도 있다. 아울러 방사능 핵폐기물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살아있는 생명에게 불안과 공포, 고통과 죽음의 시간을 안긴다. 인류에게 이보다 더한 재앙이 없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다.    
알렉시예비치가 서울국제문학 포럼 강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방사능 피폭 희생자가 2만 5,000여명이고 4억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녀의 조국 벨라루스 국토의 22%, 체르노빌 사고 현장인 우크라이나 삼림 4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과 여성들이 갑상선암 등을 비롯한 온갖 병에 시달리며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만을 말하고자하는 것도 아니다. 

소련의 원전은 가장 안전하다고 선동했던 국가와 원전 마피아 집단들의 사기와 범죄를 폭로하고자한 것만도 아니다. 알렉시예비치는 핵의 위험성은 지금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게 문제이며 인류는 여기에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경고를 보낸다. 그래서 그녀는 알렉세이 야코블레프의 말을 빌려, “만일 우리가 체르노빌사태에서 교훈을 얻고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살행위와 같은 것입니다.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철학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야코블레프가 주장하는 새로운 철학이란 ‘원전 유토피아’에 매달려 자신들과 집단의 욕망만을 채우기 위해 벌이는 전쟁이 아니라, 미래의 삶을 위해 ‘공존공생의 삶’을 위한 의지와 희생과 노력이다. 그러므로 체르노빌의 증인이자 기록자인 알렉시예비치는 인류 미래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 일상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 즉 그녀가 ‘작은 사람들’이라 부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 원전 폐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녀의 목소리는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 1위인 한국, 그중에서도 울산이 귀담아 들어야할 경고의 사이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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