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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칼럼] 저승사자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7.07.13 22:30
  • 댓글 0

 

검사가 ‘자백을 받는데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녘’이라는 말이 있다. 검찰조사가 심야까지 가는 이유는 조사할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밤으로 갈수록 검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대기업 총수들도 밤샘 조사를 받았다.

밤샘 조사로 피의자의 자백을 얻어낸다고 해도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재판과정에서 진술이 번복되면 검찰 조서(調書)는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의 밤샘조사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사람이 잠을 자지 않고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놀랍게도 세계 기록은 264시간(11일)이나 된다. 1965년 미국의 17세 고교생 랜디 가드너가 세운 기록이다. 하지만 수면 부족으로 인한 가드너의 신체 변화는 빨랐다. 이틀째가 되자 눈의 초점이 흐려졌고, 사흘째 우울증세를 보였다. 아흐레째 환각과 망상 증세가, 열하루째 심한 손가락 떨림이 나타났다. 방향감각과 지각능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국내 운전자 열 명 중 네 명이 한 달 사이 졸음운전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조사가 있다. 화물차와 버스운전자가 특히 많았다. 국내 졸음운전 교통사고는 연간 2,500건, 사망자가 120명에 이른다. 밝혀지지 않은 사고도 많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신양재 나들목 부근에서 졸음버스가 승용차를 덮쳐 50대 부부가 참변을 당했다.

“시속 90km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순간 눈이 감긴 것 같았다. 갑자기 우당탕소리가 나 정신을 차려보니 앞바퀴가 붕 떠 있었다.”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 운전사가 털어놓은 얘기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은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이 2시간 이상 운행 때 반드시 15분 이상 쉬도록 하고 있다. 또 운행 간격도 최소 8시간 이상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사고를 낸 운전사에게 이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7년 경력의 어느 광역버스 운전사는 “씹을 거리가 옆에 있어야 저승사자가 못온다.”고 했다. ‘질주하는 과로버스’에 몰려오는 졸음이 ‘저승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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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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