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그늘 밑에서 시원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럴거면 처음부터 키가 덜 자라는 수종으로 심었어야지? 어렵게 가지와 잎 만들고 살아 그늘 만들고 자동차들이 달려들면 온 몸으로 막아왔지 않은가 말이다. 자동차 매연, 미세먼지 매일 매일 마시고 깨끗한 공기 줬더니. 또 뭐야. 지난 지방선거 할 때 구청장, 구 의원 선거현수막 가린다고 죄 없는 가로수들만 잘랐잖아? 가로수가 무슨 죄가 있냐고? 이제는 살아있지도 않은 신호등, 교통표지판, 전봇대 때문에 살아 있는 우리를 자른다고 이게 말이 되냐고? 억울하고 분하다. 생존권 보장을 보장하라!” 

가로 정비라는 명목으로 톱질되어지는 가로수들이 말은 못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지않을까 한다. 움직일 수 있다면 멀리 도망가거나 가지를 잘리지 않으려고 피하지 않았을까? 분명 가로수는 살아있는 존재다. 

가로수는 계절적인 변화를 통해 가로환경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자동차 매연과 도로의 미세먼지를 마신다. 물론 잎이 무성해서 그늘도 만든다. 가로수는 자동차들이 달려들 때 막아주고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한다. 소음을 먹어 양을 줄여준다. 뜨거운 여름 보도를 걸으면 시원하다. 그늘 아래와 땡볕은 에어컨을 강하게 튼 곳과 틀지 않은 곳처럼 차이가 난다. 

너무 잘 자란 가로수는 골칫거리가 되는 것이 문제다. 나뭇가지가 교통 표지판이나 신호등을 가리고 덮어 자라기 때문이다. ‘교통 표지판이나 이정표가 잘 보이도록 해 달라’는 운전사들의 불편 호소가 이어진다. 

이에 관리기관은 무조건 나뭇가지를 마구 잘라낸다. 이때 앞서 나온 가로수들의 항변하는 소리가 나오게 된다. 이렇게 잘라낸 가로수 모양은 흉하다. 나무 전정 기본개념이 모두 무너진다. 아름다움도 나무고유의 품위도 잃는다. 잘린 면이 넓고 찢어지면서 방어체계가 깨져 균이나 버섯이 피게 된다. 나무는 동물(포유류)과 달리 상처가 나도 복원이 되지 않는다. 상처 난 부위 옆에서 더 많고 빠른 성장을 통해서 상처를 덮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길게 된다. 얼마 안가 가로수들은 병들어 흉한 모습으로 거리 에 서있게 된다. 수명도 짧아진다. 간판이나 신호등을 가린다 해서 가로수를 자를 일이 아니다. 간판의 위치를 바꾸거나 신호등, 이정표 등에 대한 위치 조절을 통해 우선 해결해야 한다. 가로등이나 신호등, 이정표는 뜯어 옮겨도 된다. 가로수도 도로의 부속물이지만 살아있는 존재다. 가로수가 건강해야 쾌적한 도시가로가 되고 우리도 동물도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가로수들은 가지의 수난 뿐 아니라 뿌리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가로수가 심어진 공간은 대략 1.2m 공간이 우선 주어진다. 보도블록 밑으로 뿌리를 뻗어나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가 굵어지고 숨을 쉬기 위해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문제가 된다. 보도블록을 들어 올린다. 울퉁불퉁 걷기가 힘든 환경이다. 나무가 위쪽으로 사람과 동시에 뿌리도 자랐기 때문이다. 나뭇가지치기를 하려면 위와 아래를 동시에 해야 한다. 위쪽만 잘라내고 말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나무는 위쪽 가지가 뻗은 만큼 뿌리도 똑같이 자라고 있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자전거타기가 다시금 각광을 받으면서 도시 내 자전거도로 개설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차도를 줄여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야 함에도 인도위에 자전거도로를 만든다.인도로 자전거가 오면 사람도 걷기가 힘들다. 가로수는 더 고통 속에 살게 된다. 가로수 뿌리를 잘라내고 그 아래 포장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더 이상 뿌리 뻗을 곳이 없다. 크게 상처 입은 뿌리가 썩으면서 가지도 마르게 된다. 그늘이 사라지게 된다. 가로수로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가로수들도 힘들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피해를 본다. 

도로부속물이자 도시녹지공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로수.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육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가로수가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한 환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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