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 방불 속전속결…사회적 합의 험로 예상
지역 정치권 “불법 날치기·영혼없는 거수기” 비난
한수원 “공론화 통해 국민 우려 조속 해소 가능”

 

지난 14일 한수원 이사회가 경주 보문단지 내 호텔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기습 결정한 가운데 한수원 경주 본사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기습 이사회를 소집해 정부 요청인 ‘신고리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국 통과시켰다.  

하지만 탈원전 시대를 여는 첫 단추 격인 ‘공사 일시중단’ 결정이 초법적·기습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거세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사회적 합의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한수원은 지난 14일 오전 9시, 경주 보문단지 내 스위트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 중단’을 의결했다.

이사회에는 이관섭 한수원 사장 등 사내 상임이사 6명과 사외 전문가인 비상임이사 7명 등 모두 13명의 재적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12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50분 만에 안건이 통과됐다.

유일한 반대표는 비상임이사인 경성대학교 에너지학과 조성진 교수가 던졌다.

원래계획대로라면 한수원은 전날인 13일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5·6호기 공사 일시중단 안건을 의결했어야 했다.

하지만 노조 간부 150명이 이사회장이 마련된 건물의 출입구를 원천봉쇄하면서 무산됐고, 이사 전원은 다음날 이사회를 다시 여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상법에는 이사회 소집과 관련해 ‘이사 및 감사 전원 동의가 있을 때는 절차 없이 언제든지 회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이날 상임이사들이 본사로 출근하지 않자 그 경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뒤늦게 기습 이사회 소식을 들고 스위트호텔로 달려갔지만, 이사회는 이미 끝난 뒤였다.

이로써 신고리5·6호기 공사는 공론화위원회가 발족하는 시점부터 중단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조만간 시공사와 협력사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낼 계획이며, 만약 공론화 기간인 3개월 안에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추후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가뜩이나 신고리5·6호기처럼 건설허가가 이뤄진 경우 공사를 강제로 중단할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황에서, 한수원 이사회의 이번 기습 처리가 위법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는 점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지지해 온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이사회 결정을 환영하며 한수원 노조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국가 에너지안보를 도둑맞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 노조와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기습 이사회 직후 ‘도둑 이사회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이사진 퇴진 운동’과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울산의 보수 정치권도 ‘불법 날치기 이사회’, ‘영혼 없는 거수기’라고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한수원은 “이사회에서는 ‘긴급하게 이사회를 개최하는 게 오히려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염려도 나왔고, ‘정부 공론화를 적기에 수행하기 위해서는 빠른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이 결국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우려를 조속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양해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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