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내년 최저임금 7,530원으로 인상’ 현장 반응

대학생·식당종업원 “반갑지만 여전히 부족”
일자리 감소·상여금 돌려막기 등 불이익 걱정

편의점주 “로열티·임대료 빼고나면 남는것 없어”
소상공인 “단기적 지원 아닌 철저한 대책 내놔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됐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가시화되면서 울산지역 아르바이트생, 근로자,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등록금에 생활비 마련까지…아직 갈 길이 멀다=  17일 만난 아르바이트생 최모(23·여)씨는 “이제 겨우 든든한 점심 한 그릇 사먹을 수 있게 됐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환영했다. 그는 “그동안 한학기 등록금을 벌기위해 방학에는 온종일 아르바이트만 했다”며 “1,000원 이상 오른 소식이 반갑기는 하지만, 대학생들이 부모 도움 없이 자립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금액이다”고 말했다.

식당 종업원 등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소식에 화색을 보였다.

한 식당종업원은 “하루 꼬박 일해도 기본급은 130여만원에 불과하다”며 “오르는 물가를 생각하면 아직까지 최저임금 인상분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소식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학생은 “임금이 오른건 좋지만, 과연 최저시급이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며 “지금도 최저시급을 맞춰주는 편의점을 찾기 힘든데, 내년에 오른 임금을 요구하면 오히려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반갑지만 기업의 ‘꼼수’ 우려= 중소기업 직원들도 복잡한 심경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당장은 반갑지만, 기업의 ‘꼼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직원 장모(28)씨는 “일단 임금인상이 반갑지만 상여금 지급 방식을 바꾸는 등 꼼수나 편법이 통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소용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업주들 “차라리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겠다”= 매출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편의점, 식당, 치킨업계 등은 최저임금 소식에 한숨부터 쉬었다.

한 편의점 점주는 “본사에 내는 로열티, 임대료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보니, 차라리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는게 낫다”고 호소했다.

동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4·여)씨도 “날이 갈수록 매출은 줄어드는데, 당장 내년부터 인건비가 100만원 가량 더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식료품 가격이 계속 오른데다 지역경기도 나빠 내년에는 어쩔 수없이 음식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내놓은 최저시급 지원책에 대해 “단기적 지원이 아닌, 철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 소상공인연합회 이상하 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 과연 소상공인의 구체적인 상황까지 고려해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며 “현 정부의 임기동안에만 적용되는 대책이라면 소상공인은 갈수록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고용안전’ 보장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에 영세 중소기업에서는 벌써부터 ‘고용불안’ 이야기가 나온다.

울산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내년이면 직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할 텐데,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 직원 수를 줄여야 한다”며 “이번 인상안이 중소기업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내린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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