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국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최근 울산광역시교육청은 지난 20년의 성과와 향후 10년 후를 전망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여기서 교육청은 전국 최상위 수준의 학력정착과 안정된 교육환경 조성, 맞춤형 직업진로교육, 소통과 협력이 있는 교육공동체 구축, 교직원의 보람과 긍지를 심어주는 근무환경 조성 등을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향후 과제로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하여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충실한 이행과 소프트웨어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학생들의 예술적 소양개발을 통한 바른 인성함양을 위해 다양한 예술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울산광역시 승격과 함께 1997년 울산광역시교육청으로 개청한지 20년 동안 울산교육은 아쉬움도 있지만 그야말로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향후 과제로 제시한 내용은 현재 사회 전반의 변화속도를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학교는 주어진 지식인 교과내용을 중심으로 한 교육으로 그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의 산업사회까지는 이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유형이 어느 정도 정형화돼 있고, 교과내용 역시 사회변화의 속도를 담아내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통용되는 정답이 존재했고 이를 잘 받아들인 학생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그럭저럭 삶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전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회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으며 교육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요구하는 미래의 인재상도 달라졌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다. 아직 인터넷이 몰고 온 세상에 채 적응하지도 못했는데….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의 시작은 증기기관의 출현과 함께한다. 이 시기가 1차 산업혁명이다. 2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증기기관의 힘을 이용한 대량생산이다. 3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출현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향후 세상은 인터넷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이라 판단된다. 그 정도로 사회전반의 핵심적인 가치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모든 세상이 연결되고 네트워크화 됨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한 인류의 삶에 폭풍적인 변화를 가져 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 3D프린팅 등으로 정리된다. 인류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그래서 향후 변화를 상상하기도 힘든 그런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의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에 적합한 직업들이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전문가들도 변화의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물며 우리네 보통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랴. 결국 적응의 문제이다.       

교육의 관점으로 돌아와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현재와 미래에 요구하는 인재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주장을 하지만 공통적으로 주어진 교과내용을 단순암기하고 정답을 찾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육성이 힘들다고 말한다. 왜? 초기 산업사회는 비교적 예측이 가능한 사회체제로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이 있었고 학교는 그것에 적합한 내용으로 교육하고, 그런 정답을 찾는데 능숙한 인재들이 사회를 움직여 왔다. 그런데 그런 정답이 더 이상 정답이 되지 않는 세상이 와 있다. 변화의 예측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정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학생 스스로 평생을 학습하면서 방법을 찾아 가면서 살아가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온 것이다. 

이제 근본부터 고민해야 한다.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교육을 하는 이유과 방법, 내용에 대한 근원적이고 시대적인 고민이 절실하다. 진화론의 다윈은 “결국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아니고,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종이다”라고 말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단순 지식의 습득이 아닌 미래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다. 대다수에게 적용되는 공통적인 정답이 아닌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정답을 찾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개개인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노력과 역량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사는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부여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기의 삶을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정책 결정의 정점은 학생이어야 한다.

혹시 그래봐야 학생들은 학교에 올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교육의 주체는 교육당국과 교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었다. 변화의 광풍은 눈앞에 와 있고 최대의 피해자는 지금의 학생들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외면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보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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