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환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

남자 나이 20세면 ‘비로소 관을 쓴다’는 의미로‘약관(弱冠)’이라 칭한다. 여자는 ‘꽃 다운 나이’란 뜻의 ‘방년(芳年)’이라 표현하며 10~20세를 가르친다.

중국 오경 가운데 하나인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로 “사람이 태어나 열 살이 되면 유(幼)라 해서 배우기 시작하고 스무 살이 되면 약(弱)이라 하며 이 때 관례(冠禮)를 한다”하여 갓을 쓰고 성인이 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의 선인들은 관례를 혼례나 장례, 제례 못지않게 중시했고 성대하고 엄숙한 가운데 성년식을 치렀다. 성인의 의미를 확실히 깨우쳐 주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각인시킨 셈이다.
선조들이 많은 이들 앞에서 어른이 됐음을 선포하는 관례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 것은 어쩌면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무를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성인으로서 누리는 독립과 자유의 달콤함 뒤에 스스로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셈이다.

중구의회가 지난 7월 15일을 기점으로 개원 20주년을 맞이했다.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한 해인 지난 1997년 7월 제1대 중구의회가 출범한 이래 98년 제2대, 2002년 제3대, 2006년 제4대, 2010년 제5대를 거쳐 2014년 제6대 중구의회가 개원했으며 지난 20년간 민생의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우리 중구의회는 ‘최초’란 수식어를 통해 울산지역 5개 구·군 기초의회 중 단연 모범적인 선진의회 위상을 높여왔다. 울산 기초의회 가운데 처음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지역 최초로 ‘의원 일일 민원담당제’를 도입, 의정활동 신뢰도 제고에 힘써왔다.

또한 본회의장의 구정질문은 기존 ‘일괄질문 일괄답변’ 방식에서 벗어나 ‘일문일답’ 방식을 채택해 의회의 견제기능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중구의회는 입법 및 법률고문을 위촉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왔으며 의정자문기구인 의정옴부즈만 제도를 12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이처럼 중구의회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늘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복리증진을 위한 의정활동에 힘써온 열정이 느껴진다. 어쩌면 오늘의 중구의회가 있기까지 땀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쳐 온 어제의 선배 의원님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삶 속에서 지방의회가 갖는 비중은 여전히 미약할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수많은 복지정책과 사회 인프라, 생활밀착형 제도의 대다수는 기초의회를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 역할과 기능에 비해 기초의회의 낮은 인지도는 개선돼야 할 과제중 하나다.

지방자치는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에 명시돼 있다. 이를 볼 때 지방의회 역시 헌법으로 보장된 기관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현대 행정국가에서 현실적으로 집행부가 의회의 역할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가 행정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는 지방정부의 효율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견제와 감시, 조례의 재·개정, 예산의 승인·결산 등 의회가 지닌 기능을 토대로 집행부와의 균형과 조화가 이뤄질 때 그 지방정부는 자치(自治)의 진정한 의미에 부합할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사회 최고의 가치는 다양성이기 때문에 지방분권이 미래의 정치질서”라고 주장했다. 지방분권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이며 시대의 흐름이다. 그 흐름에 역행하면 결국 역사의 퇴보만 있을 뿐이다.

다행히 얼마 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 강화를 약속했다. 중앙정부의 과부하를 막고 지방정부에 입법권, 재정권, 행정권을 강화해 무늬만 지방자치에서 벗어나겠다는 점에선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무엇보다 진정한 지방분권을 이루려면 재정 자립도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 돈 없이 지방정부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더 이상 예산을 볼모로 중앙정부의 눈칫밥을 먹는 지방정부가 되지 않도록 진정한 자립을 위한 과감한 세원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 역시 자립의 기틀 아래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 역시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그에 속한 지방의회 역시 지방정부가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데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제 약관의 성년으로 거듭난 우리 중구의회 역시 주민을 위한 봉사와 헌신의 초심으로 집행부와의 소통과 협치를 실행하며 성공적 지방분권의 내일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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