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 심의 부결…시민정서 외면
대규모 토목공사로 경관 훼손 이유

김 시장 직접 설득 등 노력 무위로
울산시민 “탁상행정의 극치” 반발

사연댐 수위만 낮추고 원수확보 뒷짐
지역 “시민 불편 초래 무책임한 발상”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방안으로 울산시가 제안한 생태제방(堤防)안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문턱을 넘는데 또다시 실패했다.

문화재위원회는 20일 오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회의를 갖고 생태제방안에 대해 심의, 주변경관 훼손을 이유로 들어 부결 결정을 내렸다.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이 세차례나 채택되지 않음에 따라 사실상 퇴출당하게 됐고 울산시의 10여년간의 노력도 헛수고가 됐다.

이번 결정으로 보존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밖에 없어 일부에서는 반구대암각화의 훼손만 가중시키는 ‘탁생행정의 극치’라 반발하고 있다.

▲제방 축조안 세차례나 ‘퇴짜’= 울산시는 지난 5월 반구대 암각화와 30m 떨어진 부분부터 길이 357m, 높이 65m의 제방을 쌓는 생태제방 축조안을 문화재청에 대안으로 제출했다.

이는 올해초까지 5개월동안 진행된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 마련을 위한 기본계획수립 용역’ 결과를 기초로 한 것이다.

같은달 18일에 열린 문화재위 심의에서는 ‘보류’결정이 내려졌고 지난달 28일에는 문화재 위원들이 암각화 현장을 방문했다. 

생태제방안은 이미 두차례(2009년, 2011년)나 문화재 위원회로부터 반려된 바 있어 제대로 된 설득 논리를 개발하지 못할 경우 완고한 심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됐다.

▲시민정서 외면한 결정= 하지만 문화재청이 2013년부터 보존 대책으로 추진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 방안이 지난해 7월 ‘실패’로 결론나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10개월만에 내놓은 생태제방안 관철 가능성이 어느때 보다 높았다.

울산시는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한 용역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등 신뢰성 확보에 안간힘을 썼다.

문화재심의위원 10명중 7명이 올해초 바뀌면서 생태제방안 관철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한달전 반구대암각화 현장 설명회를 찾은 위원들의 질문 등은 오늘의 부결을 예고했다.

거대한 인공 건축물이 반구대 암각화를 가로막을 경우 울산시가 추진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 것.

김기현 시장이 이례적으로 집적 나서 울산시의 청정원수 부족에 대한 실태를 설명했지만 문화재위원들은 생태제방안 통과를 바라는 울산시민들의 정서를 외면하는 결정을 내렸다.

▲수위조절안은 “무책임한 발상”=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연댐 수위조절을 위해서는 부족한 청정원수에 대한 보완책이 선결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은 대구시와 구미시간의 원활한 합의에 의해 실행될 수 있으나, 현재 두 도시간 첨예한 대립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고, 울산시가 나서지도 못하고 강요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중앙 정부의 중재와 해당 자치단체의 결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대해 지역에서는 “울산시민들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올해처럼 가뭄이 계속될 경우 울산시는 식수 전량을 낙동강 원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언제 발생할지 모를 수질 악화 등 돌발 사고에 가슴 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문화재위원회의 이날 결정에도 식수문제와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울산시 박해운 문화예술과장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이 주장하는 주변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라는 것이 과연 암각화가 새겨질 당시의 모습이 현재 모습 이였는지에 대한 검증이 된 것이 아님을 생각할 때, 유산 자체의 보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해당 유산의 보존에 더욱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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