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카피' 의혹 사이버캅에 포상 추진 논란

 

 

더치트와 사이버캅의 모바일 앱 메인 화면. 연락처 또는 계좌번호로 사기 피해를 검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노컷뉴스

경찰청이 민간 기업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경찰청 모바일 앱 '사이버캅'에 대해 경찰관이 자체 개발한 '우수제안'이라며 포상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법령상 다른 사람이 특허권을 취득한 서비스는 공무원 우수제안으로 선정될 수 없는 만큼 규정 위반 논란까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자체 제안심사위원회를 열어 인터넷 사기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찰청 모바일 앱 '사이버캅'을 특별상으로 선정했다. 

특별상은 전국의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중앙우수제안' 후보작으로 자동 추천되는데, 중앙우수제안으로 채택되면 특별승진 등 인사특전이나 상여금 혜택을 받게 된다.

중앙우수제안으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특별상 선정자는 경찰청장 표창과 함께 최대 1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현재 사이버캅은 행정안전부에 중앙우수제안 후보작으로 추천된 상태다.

 



하지만 사이버캅은 민간 기업인 '더치트'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사이버캅에 대한 포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치트 김화랑 대표가 2011년 경찰로부터 받은 감사장. (김화랑 대표 제공)


더치트는 2006년 인터넷 사기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로 출발했다. 인터넷 중고 거래 등 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공유해 추가 사기 범죄를 예방하려는 공익적 목적에서 탄생했다.

더치트는 2012년 법인 설립 후 이듬해 '사기 방지 및 범죄 용의자 실시간 추적 방법 및 그 장치'라는 이름으로 발명 특허를 냈다. 현재는 모바일 앱과 오픈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서비스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동안 경찰은 더치트에 축적된 정보를 수사에 활용해왔다. 2011년에는 더치트 대표인 김화랑 씨에게 사이버 치안대상 감사장까지 전달했다. 

하지만 경찰은 2010년 더치트와 유사한 웹 서비스인 '넷두루미'를 만들어 운영하더니 2014년 6월 넷두루미의 모바일 앱 버전인 사이버캅을 배포했다. 더치트로서는 이용자 수가 20%가량 줄어들면서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김화랑 대표는 "연구개발해서 서비스를 만들어내면 경찰이 그대로 따라 만들어 왔다"며 "경찰이 아이디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든지, 협업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면서 카피만 하면 기업더러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버캅이 경찰청 우수제안으로 선정된 데 대해 "우리 아이디어를 마치 자기네 아이디어인 것처럼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카피를 인정해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A 경위가 과거 더치트에 올렸던 글. (더치트 화면 캡처)


이번에 경찰청 제안심사위에 사이버캅을 출품한 경찰청 소속 A 경위는 과거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근무하면서 더치트를 활발하게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개인의 도덕성 논란도 일 전망이다. 

A 경위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더치트 게시판에서 '피해자를 찾습니다' 또는 '검거 소식' 글을 올리는 등 최소한 10여 차례 더치트를 수사에 활용했다.

사이버캅 출품 과정에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제안 규정 2조 1항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취득한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저작권에 속하는 것'은 심사에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 경위는 "(접수 전) 더치트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특허청에 '더치트'라고 검색을 해봤지만 거절된 내역만 떠서 특허권이 없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기자의 문제 제기가 있고 나서 더치트 대표 이름인 '김화랑'으로 다시 검색해봤더니 뒤늦게 특허 등록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A 경위 측 설명이다.  

특허청에 등록된 더치트의 특허.


A 경위는 더치트 표절 논란도 일축했다. A 경위는 "나는 2010년 경찰청에서 하고 있던 넷두루미 서비스를 그대로 모바일 앱으로 옮겼을 뿐이지 내가 더치트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울러 사이버캅은 스미싱과 파밍 예방 기능을 탑재해 더치트와는 차별화된 기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사에 참여했던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관계자는 "심사 당시 사이버캅과 더치트 사이에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심사위원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며 "(2010년 넷두루미가 더치트를 베꼈는지 여부는) 그때 담당자들한테 정확히 물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더치트와 사이버캅은 형식이 유사하지만 자료 자체가 다르고, 사이버캅은 상당히 공인된 정보만을 사용한다"며 "그렇지만 더치트가 민간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 건 맞으니 민관협력을 통해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특허권의 일부 조항만 베꼈더라도 특허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서 "특허 침해 여부는 구체적인 법리 판단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특허를 침해한 게 명확하다면 경찰은 관련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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