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잘 고쳐서 이름난 의사나 의원’을 명의(名醫)라고 한다. 예로부터 사람의 마음과 병을 고치는 명의는 4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첫째, 화안시(和顔施) 즉 따뜻한 표정으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 환자가 항상 편안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둘째, ‘큰 귀’로 경청해야 한다. 뛰어난 의사들은 환자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환자의 말만 잘 들어도 70%의 진단이 이루어 진다. 

셋째, 말을 잘 해야 된다. 환자에게 설명을 잘해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충분하고 정확한 설명은 치료의 시작이다. 넷째, 발이 부지런해야 한다. 의사도 발로 뛰는 습관이 몸에 배야 환자가 불편할 때 언제든지 달려가 치료를 할 수 있다. 대부분 명의는 젊은 의사 시절 구두가 너무 빨리 닳은 기억이 있다.

병 때문에 주눅 든 환자는 병원 진료실에서 질문이 태산같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종합병원에서 3시간을 대기하고도 채 3분 만에 쫓겨나듯 일어서야 하는 관행이 개선 될 수 있을까.

‘3분 진료’는 환자들이 지어낸 불만이 아니다. 3년 전 국립대학 병원의 진료시간이 3분 남짓이란 분석이 나왔다. 전남대병원(3.8분), 서울대병원(4.4분) 순으로 짧았다. 근무시간과 환자수를 나눈 결과라서 실제 진료를 받은 시간은 더 짧다는 결론이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2015년 3월부터 병원 최초로 초진환자 15분 보기를 시작했다.  “15분 진료를 통해 배운대로 환자를 봤고 그러다 보니 자긍심도 높아졌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으니 검사를 덜 받아도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종합병원 최초로 9월부터 11개 과(科)에서 초진환자 ‘15분 진료보기’를 1년 동안 시범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대형병원들은 의료수가가 낮아 환자를 속전속결로 보지 않으면 유비지도 건지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도 인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긴 진료가 행복 바이러스’처럼 병원마다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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