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 기자 

 

탈북 방송인으로 활약하다 북한으로 넘어가 남한 사회를 공개 비난한 임지현씨. 본명은 전혜성씨인데요. 자진입북이냐 납북이냐, 간첩이 아니냐, 이런 논란이 난무했죠. 저희도 북한문제 전문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 역시 정확하게 뭐라고 재입북 배경을 단정하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임씨의 마지막 행적을 단독으로 파악했습니다. 임지현 씨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나는 북으로 간다"고 분명히 밝혔다는 겁니다. 취재를 한 김정훈 기자입니다. 김기자, 임지현씨가 자진 입북 의사를 이미 밝혔다고요? 

◆ 김정훈> 임지현씨가 한국에서 교제하던 지인 K씨를 어렵게 찾았는데요, 임씨는 K씨에게 "너랑 헤어지면 자기는 북한에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3월 말 자연스럽게 결별하게 됐는데 이틀 후 임씨로부터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고 합니다.

 


(녹취)
"저랑 헤어지고 나서, 이틀 뒤에 사진이랑 카톡이 오더라고요.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자른 모습으로 '단돈 8천원 가지고 내 인생을 바꿨다', '나는 다시 북한으로 갈 거다'…제가 좀 말렸거든요. 그랬더니 '잘 지내라' 하고 카톡을 탈퇴해버리더라고요."

임씨가 북한 매체에 등장할 때 이전과는 달라진 머리 모습으로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졌는데, 입북 전 이미 머리카락까지 자르는 등 스스로 변화를 꾀했다는 겁니다.
 

(그래픽=스마트뉴스팀)

◇ 김현정> 북한으로 갈 결심을 하고 머리까지 잘랐다는 얘기인데,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렇게 힘들었다고 하던가요?

◆ 김정훈> 임지현씨는 방송에서 비춰지는 모습과는 달리 많이 외로워했다고, K씨는 전했습니다. 딱히 의지할 사람이 없는 남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했다고 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남한을 떠나겠다고 그런 식으로 한 것 같아요. 외로움이 엄청 컸어요. 혼자 사는 것도 싫어했고. 어머니 보러 갈 거다, 너랑 헤어지면…"

임지현씨의 입북 배경을 두고 채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방송 출연료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K씨의 설명입니다. 

◇ 김현정> 임대주택을 신청하려다 못했다, 중국에서 만난 남성과 돈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 김정훈> 네. 임씨는 탈북 과정에서 위장 결혼한 중국인 남성이 자신의 돈을 떼어갔다고 말했다 하는데요, 이 때문에 K씨와 교제하던 올해 초에도 몇차례 중국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또 임대주택을 신청하려 K씨와도 상의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요. 결국 외로운 남한 생활 속에 경제적 문제까지 겹치자 입북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 김현정> 주변 정황도 그렇던가요?

◆ 김정훈> 임지현씨는 서울 강남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해왔는데, 떠나면서 귀중품과 옷을 모두 챙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액자 속에 사진까지 빼갔다고 하고요. 이런 점도 자진 입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다만, 입북 결심 과정에 북측이 어떻게든 임씨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는 더 파악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결국 남한 사회에 정착을 못하고 북으로 돌아간 셈인데,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요?

◆ 김정훈> 현재까지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이들의 수가 3만 천명에 육박합니다. 이들 가운데 25명은 다시 북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드러나지 않은 북한행 탈북자들의 수는 훨씬 더 많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탈북민 출신의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설명입니다.

<안찬일 소장>
"실제로 북한 다시 돌아간 탈북다는 수백명에 달할 수 있고, 25명이라는 건 북한에 돌아가서 우리민족끼리 채널에 등장한 탈북자 수가 25명이고, 또 그 25명 중 5명이 대한민국으로 재탈북해 왔습니다."

또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자들은 체제 선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심한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난 2013년 탈북과 입북, 재탈북을 이어갔던 김광호씨의 말입니다.

(넘어가면 심하게 고문당하고 구타당하나?)
<김광호씨>"그런 것 없어요. 제발로 넘어갔으니까"
(교화소 같은 데 안 보내나?)
<김광호씨>"제발로 왔는데 왜 보내겠어요. 무지막지하게 못해요."

◇ 김현정> 다시 북으로 넘어갈 때의 위협감도 덜하다는 얘기네요.

◆ 김정훈> 이런 얘기가 탈북자들 사이에 파다하니, 상황이 곤궁한 탈북자들은 북한행을 대안으로 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 정부 당국의 허술한 탈북자 관리가 재입북 행렬의 또다른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과거와 달리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오는 이들의 이유가 다양해진 만큼, 정부가 맞춤형 지원으로 남한 사회의 적응을 적극 도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 소재가 불분명한 탈북자 900명 정도에 대해 행적 파악에 나섰습니다.

◇ 김현정> 김정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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