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자료사진)

최근 집중호우로 인천의 반지하 주택에서 90대 노인이 숨진 사고의 이면에는 소방당국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23일 오전에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거동이 불편한 A(95)씨의 부인 B(84)씨는 방 안으로 빗물이 차오르자 1층 집주인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러 다급하게 올라갔다.

이에 집주인은 오전 9시 29분쯤 "반지하 방이 침수돼 90대 노인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119에 신고했다. 

이후 아내 B씨가 주인과 함께 집으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집 안에 높이 1m 가량 빗물이 찬 상태였고, 집주인은 A씨를 가까스로 자신의 집에 모셔다 놓았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119 펌프차 대원(화재진압대원)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2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결번으로 나오자 다른 침수 현장으로 이동했다.

당시 119종합상황실 근무자가 신고자의 휴대전화 번호 한 자리를 펌프차 대원에게 잘못 전달했기 때문이다.

신고자는 구급대가 오지 않자 9시 52분쯤 다시 119에 전화를 걸었고 구급차는 최초 신고 32분만인 10시 1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고,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폭우가 내린 사고 당일에는 평소보다 4배 많은 6천건의 신고 전화가 폭주했다"며 "신고자의 전호번호와 위치가 컴퓨터에 입력돼 곧바로 출동 차량을 배차하는 자동시스템으로 모든 신고를 처리하지 못해, 수동으로 접수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인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는 자동시스템으로 처리하는 전화 14대 외에 비번근무자들이 수동으로 접수하는 전화 20대가 가동 중이었다.

이 관계자는 "종합상황실 관계자가 신고자를 찾아가 당시 출동이 늦어지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23일 오후 1시 53분 언론에 보낸 '구조구급상황 보고서(남동구 구월동 주택 내 익수사고 발생)'에는 접수시간이 오전 9시 54분으로 돼 있어 첫번째 신고전화 은폐 의혹마저 일고 있다. 

반지하 방에서는 치매를 앓고 거동이 불편한 A씨가 시각장애가 있는 아내와 단둘이서 살고 있었고,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차상위 계층 가구’로 선정돼 힘겨운 삶을 지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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