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회동,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잘못 인정하고 사과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만남은 슬픔과 위로를 주고받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도 피해자들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고, 피해자들은 문 대통령을 만나 그동안 쌓여왔던 응어리를 풀었다. 

8일 청와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초청한 문 대통령은 입장하면서부터 피해자들의 손을 맞잡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생후 14개월에 가습기 피해로 산소통을 달고 살아가야 하는 임성준(14)군에게 다가간 문 대통령은 장래 희망을 묻고, 공책에 친구들 몫까지 사인을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임 군에게 야구선수들을 본 뜬 인형을 선물하기도 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문 대통령을 보고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이 문제 꼭 해결해 주세요. 부탁드려요"라는 가족들의 말에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다독이며 "얼마나 힘드시겠냐. 같이 해 나가십시다"며 위로했다.

피해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손 편지와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 등을 전달하며 진정성 있는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한 피해자가 직접 대통령에게 전하는 편지를 읽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어느새 울음바다가 된 회동장에서 김은경 환경부장관도 눈물을 훔쳤고, 문 대통령이 장관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가습기 사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언급하며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4번의 정권을 거쳐서 발생하고 진행돼 왔지만 초기 수년 동안은 인지하지 못했고, 원인 규명도 하지 못했다"며 "정권이나 정부의 차이를 떠나 국가가 어떤 책임이든 져야 하고 깊은 절망을 느꼈을 가족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위로를 드리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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