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2017년 8월 어느 날. 장소는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돌아오지 못한 귀로’ 다큐멘터리 촬영현장이다. 카메라와 조명 위치를 확인하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손 감독이 짜증 섞인 말투로 외친다. “자, 자 빨리 준비해요” “시간 없어” 이런저런 소리들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모였다 흩어진다. 초라한 옷차림과 낡은 서류가방을 들고 주위를 살피며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습의 최재혁. 최재혁의 시선이 오프닝 멘트를 연습하고 있는 오기자에게 향한다. 

# 최재혁이 다급하게 오기자에게 다가간다. 그의 말투는 평안도 사투리다. 저 “말씀 좀 묻겠습네다. 울산군 하상면 상방리가 어딥네까?” 최재혁을 발견한 손 감독이 큰소리로 외친다. “ 저 사람 누구야. 조감독 뭣해. 현장통제 안할 거야” 손 감독의 지시에 조감독이 다가간다. 그러나 오기자가 조감독을 제지한다. 최재혁은 오기자에게 다시 묻는다. “울산군 하상면 상방리가 어딥네까?” “내래 그곳을 찾고 있습네다” 

# 최재혁은 오기자에게 빛바랜 서류를 보여준다. 그 서류엔 ‘박상진 총사령에게 전하는 마지막 보고서’란 편지체의 제목이 보인다. 오기자는 최재혁이 보여준 서류를 읽어보고는 되물어 본다. “울산군 하상면 상방리?” 최재혁은 오기자 물음에 천천히 한 단어 한 단어를 무거운 쇠망치로 찍어 읽듯이 말한다. “기래요. 박길복이. 울산군 하상면 상방리가 고향이디요. 만주땅에서 독립운동하다 사할린 탄광에서 죽었디요. 내래 사할린에서 왔습네다”

# 장면은 바뀌어 동토의 땅 사할린으로 끌려가는 조선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힘겨운 발걸음으로 움직이는 조선인들 가운데 박길복이 나타난다. 오기자는 박길복의 지난한 삶의 여정을 만난다. 그 삶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격동의 세월이다. 2017년 제72주년 광복절 기념공연 ‘위대한 여정 울산- 돌아오지 못한 귀로’의 막은 그렇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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