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피라미드·피사의 사탑 등
세계 유명 문화유산 경비삼엄
이탈리아, 훼손 처벌 갈수록 강화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은 경주
지진·경비 허술로 첨성대 등 수난
CCTV 홀로 지키는 밤이 두려워

 

김병길 주필

세계에서 단순하면서도 놀라운 건축물 중 하나인 영국의 거석 기념물 스톤헨지는 잉글랜드 남서쪽 솔즈베리 근교 평원 한적한 곳에 있다. 수천년 전 누군가가 옮겨놓은 거대한 바위들로 아직도 수수께끼다. 지금은 그 중 많은 돌이 넘어져 땅바닥에 깔려 있지만 도랑, 간격, 바위 등의 배열이 원래는 하나의 중심을 두고 둘러싼 원의 연속임을 고고학자들이 밝혀냈다.

20세기 초에 스톤헨지가 일종의 계절 시계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 때(6월 21일)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인들에게 작물의 파종과 수확 시기를 가르쳐 주는 일종의 원시적인 알림 시계로 사용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톤헨지가 여전히 수수께끼로 전해지고 있지만 신라의 경주 첨성대(瞻星臺)는「삼국유사」에 선덕여왕 시절에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7세기에 지은 국내 최고(最古)의 천문대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당시 첨성대는 점성대(占星臺)로도 불렸다. 

고려때도 첨성대가 있었다. 개성 만월대 서쪽에 그 축대가 아직 보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19년(고려 태조 1) 연경궁 건축 때 축조한 것으로 보이는 첨성대는 네모난 주춧돌 5개 위에 화강석 기둥을 세우고 돌마루를 깐 형태다. 돌마루와 기둥에는 관측기구 설치에 사용한 구멍들이 뚫려있다.

일본에서도 점성대라는 표현이「일본서기」에 나온다. 고대왕들은 나라의 길흉을 점치는 점성술(占星術)을 중시했다. 농사시기도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해야 했다. 점성대는 영국의 스톤헨지처럼 알림 시계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천문대는 왕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했다. 경주 첨성대가 높은 산이 아니라 왕궁 옆의 넓은 평지에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렇게 중요한 첨성대가 세월 따라 수난을 겪어야 했다. 고구려 때 평양에 있었다는 첨성대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고려 첨성대도 축대만 남았다.

1400년대 초 천문학에 눈을 뜬 조선은 세종 때 경복궁 경희루에 간의대(簡儀臺)를 세우고 혼천의(渾天儀)로 천체를 관측했다. 독자적인 천문역서「칠정산((七政算)」도 이때 편찬했다.

별자리를 관할하던 조선 시대 관천대(觀天臺)가 지금의 창덕궁 옆 현대걸설 본사 자리에 있다. 그 위의 네모진 돌을 소간의대(小簡儀臺), 속명으로 첨성대라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조선 초기 첨성대는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국보 제31호인 경주 첨성대도 6·25때 진동을 울리며 곁을 지나다닌 탱크 때문에 수난을 겪었으며 이후 일부 보수를 해야 했다. 

한 밤 첨성대를 기어오르는 술 취한 여대생들이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기는 1950년대 필자가 초등학생일 때 첨성대를 오르내리며 중턱 문짝까지 기어들어가 놀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첨성대는 말 그대로 어린이들의 놀이터처럼 방치돼 있었다.

영국의 거석 기념물인 스톤헨지는 계절에 따라 오후 5∼8시까지만 입장이 허용된다. 야간에는 별도의 예약을 하지 않으면 상주하는 경비원이 접근을 통제한다.

이집트는 1983년 이후 피라미드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비원을 따로 두며, 오르려다 발견되면 체포된다. 이탈리아는 관광객의 문화제 훼손이 잇따르자 지난해 12월 주요 문화유산 훼손 행위 처벌법을 강화했다. ‘피사의 사탑’은 탑 주면에 1m 높이 철제 울타리를 치고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한정된 예약 관광객만 가이드의 안내로 접근할 수 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나 다름 없는 경주에는 문화재가 330여 건에 이른다. 유일한 야간 경비 장치인 CCTV가 설치된 문화재는 이중 18건(5.4%) 뿐이다. 지금대로라면 이번에 첨성대 피습사건을 다른 문화재들이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 2008년 2월 국보 1호 숭례문이 어이 없는 방화(放火)로 소실됐다. 

첨성대는 현재 북쪽으로 205mm, 서쪽으로 5mm 가량 기울어져 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을 겪으며 상층부가 북쪽으로 38mm 밀려나 있어 아슬아슬하다. 그나마 밤에는 폐쇄회로(CC)TV만 홀로 지키고 있다. 반월성의 밤이 두려운 첨성대, 누가 지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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