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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세이 칼럼] 자동차 노조, 스스로 구원 못하면 구세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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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7.08.16 22:30
  • 댓글 0

파업에다 ‘일자리 지켜달라’ 생떼
현대·GM 등 5개 완성차 업체
‘국내공장 해외 이전할 수 밖에’ 

국내 자동차 노조 벼랑끝 전술로
스스로의 힘을 뺄때가 아니다
해외노조 대타협·개혁 본받아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노동조합은 전미(全美) 자동차 노조(UAW)로 알려져 있다

김병길 주필

. 이 UAW가 남부지역 외국계 자동차 공장에서 3년 만에 또 수모를 겪었다. 닛산자동차 미시시피주 캔턴공장 근로자들이 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표차로 UAW 가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UAW는 이번 투표결과로 본거지인 중서부지역에서 남부지역 외국계 자동차 공장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던 꿈은 다시 꺾였다. 현대·기아차,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외국계 자동차 공장이 밀집한 남부지역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UAW가 남부 근로자를 조직화하지 못하고 35년간 75%의 조합원이 줄어든 이유는 대부분 근로자들이 노조가 해주는게 없고 일자리만 위험에 빠뜨린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주간조·야간조 각각 2시간씩 4시간 부분파업을 잇달아 단행했다. 자동차업계에 ‘8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결국 6년 연속 파업의 길을 선택했다.


66년전 일본에서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의 현대차처럼 1951년 일본에서는 ‘도요타 자동차 위기설’이 파다했다. 당시 도요타 노조도 임금인상, 고용보장을 주장하면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약 2개월 동안 계속된 파업 등 노동쟁의의 결과는 파국이었다. 사측은 창업자를 비롯한 경영진이 총 사퇴했고, 노측도 근로자의 10%에 달하는 인력(약 1,5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도요타 노조의 전략은 크게 바뀌었다. 실적이 나쁘다 싶으면 임금 인상은 포기하고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실제로 일본 장기 침체가 시작된 2003년부터 4년 동안 도요타 노조는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노조의 전략은 적중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공장을 옮겼으나, 도요타는 그룹 전체 자동차 생산량(400만 대)의 75%(300만 대)를 일본에서 생산했다. 도요타 노사는 1962년 이후 지금까지 무파업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고 회사 대신 청와대에 몰려가 ‘일자리를 지켜달라’고 생떼를 쓴 한국 GM이 오는 10월 한국시장을 떠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M 본사가 글로벌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노조는 한국공장만 막무가내로 생산물량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때 르노자동차 스페인 공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00년대 들어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자 스페인 물량이 확 줄었다. 스페인 공장 노조원은 파업 끝에 2,000명이 해고 되고, 르노차는 공장 폐쇄라는 극단 조치를 고려했다.


결국 노조는 초과근무·근로시간을 조정하자고 나섰다. 한 마리 토끼를 포기하자 공장 생산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나를 내주고 하나를 받아내는 것을 ‘협상’이라고 부른다. 현대차·한국GM 노조는 과연 협상을 하고 있는가.


현대·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등 5개 국내 완성차 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통상임금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되면 국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성명을 냈다. 


KAMA가 성명을 발표한 날 현대차 노조는 6년 연속 파업에 들어갔다. 기본급 인상은 물론이고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총고용보장 등 경영권 간섭 요구도 했다. 한국 GM 노조도 2,000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 절차에 들어갔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노조행태라고 보기엔 이해하기 어렵다.


1980년대 영국 자동차 산업은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에 봉착해 몰락했다. 자국 메이커는 모두 외국 기업에 인수됐다. 최근 호주 자동차 산업 역시 글로벌 업체 등이 생산거점을 폐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들은 일자리 확보를 위한 노사간 대타협과 노동개혁을 통해 협조적 노사관계로 발전하면서 생산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국내 자동차 노조는 벼랑끝 전술로 스스로의 힘을 뺄 때가 아니다. 노조가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하면 누구도 구세주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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