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첫 제시안… 노조 “검토할 가치 없다” 파업 계속
사측, 별도 호봉승급분 지급
성과금 200%+100만원 제시
예년 제시안보다 대폭 축소
노조, 오늘 파업 출정식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별도의 기본급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사는 경영위기를 비롯한 대내외 악재를 감안한 제시안이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파업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16일 23차(회사기준·노조기준 25차) 본교섭을 열었다. 

이날 회사는 정기승급분과 별도승급분 1호봉 지급을 제시했다. 이들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과금도 예년보다 대폭 축소된 200%+100만원을 제시했다.

올해 교섭에서 회사가 처음 낸 임금성 제시안인데 예년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상·하반기 2차례의 정기승급분과 별도승급 1호봉을 합하면 임금성 인상은 4만2,879원 상당이다. 

최근 3년간 노사가 합의한 기본급 인상안은 △2016년 7만2,000원 △2015년 8만5,000원 △2014년 9만8,000원 등이다. 성과금도 △2016년 350%+330만원 △2015년 350%+330만원 △2014년 450% +890만원 등으로 올해 회사의 제시안은 예년의 반토막 정도다.

이에 대해 회사는 “2012년 이후 지속되는 경영실적 하락과 최근 중국, 미국 등 주력시장 판매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고임금 구조로는 기업생존마저 힘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제시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교섭에는 이례적으로 최병철 재경본부장까지 참여해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전사적 원가절감과 판매강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대차 영업이익은 지난해 18.3% 하락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23.7%나 급감했다. 사드 사태로 2분기 중국 판매는 64.2% 추락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판매까지 27.9% 감소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실적 하락세에 대외 악재로 주력시장에서의 반등 기회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는 예년 수준의 임금·성과금 합의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기업의 고임금과 중소기업의 고통 전가 등 대외적인 시선도 의식한 제시안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노조는 “5만 조합원의 기대를 저버린 제시안을 검토할 가치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잇달아 열린 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노조는 이전보다 강도를 높인 파업 투쟁 방침을 결정했다. 

노조는 17일과 18일 1조와 2조가 4시간씩 파업하고 21일에는 2시간씩 파업하기로 했다. 17일 오전 11시 30분에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출정식이 열릴 예정이다. 22일에는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노사는 오는 18일과 23일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고, 교섭이 여의치 않을 경우 노조는 23일 쟁의대책위를 다시 열어 추가 투쟁 계획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노조는 앞서 10일과 14일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고 지난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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