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인문학 역사학
독서의 계절 가을 성큼 다가오는만큼
가벼운 마음 가지고 역사서적 읽어보길 

 

조규성 울산박물관 학예연구관

사람들은 역사에 대해 흥미로워 하면서도 또한 어려워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야기로서의 역사와 학문으로서의 역사라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한 옛날이야기로만 여길 때는 흥미로우나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따분하고 재미없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역사학은 이야기로서의 역사, 교훈으로서의 역사, 학문으로서의 역사 이렇게 3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했는데, 이야기나 교훈으로서의 역사 단계는 재미있을 수 있으나, 학문 단계에서는 고리타분한 것이 당연할 것이다. 역사학은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며,「페르시아 전쟁사(Historia)」를 저술한 발간한 고대 그리스 헤로도토스(기원전 485~425)에 의해 발전됐으나, 진정한 학문으로서의 역사학은 실증적 역사 연구를 시도한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에 의해 발전돼 오늘에 이르렀다.    

역사학은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즉 사실(fact), 사료(historical record), 그리고 사관(view)이 그것이다. 첫 번째 요소는 ‘사실’이다. 사실은 역사학의 기본으로 객관적 의미 사건 그 자체로서 ‘과거에 일어난 모든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과거에 일어난 모든 일이 어떤 형태의 인지할 수 있는 기록, 그림 등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사실은 중요하긴 하나 있으나 추상적이다.  두 번째 요소는 남아있는 기록물, 그림, 건조물, 그 외 여러 형태의 자료가 바로 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료이다. 사료는 허구(fiction)가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되고, 또 실증성을 가져야하고, 역사가는 적절한 비판을 통해서 걸러졌을 때, 비로소 역사가의 손에 올라가게 된다. E. H. Carr는 그의 명저「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라고 했다. 그러면 무엇을 가지고 대화하는가, 그것이 바로 대화의 상대이자 대화의 주제이기도 한 사료이다. 사료는 우선 시간과 공간의 적절성이 높아야 가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호랑이는 몇 천 년 전의 신 화속에 등장하고, 담배는 조선후기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시간성과 공간성이 일치 하지 않는 허구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요소는 ‘사관(事觀)’이다. 과거의 일어난 일을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학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사건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는데 하물며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늘 논란의 중심이 된다. 그래서 역사학은 정답이 없는 인문학이 된다.   

그러나 역사해석을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대사에서 긍정적인 해석을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 한 사례가 바로 베트남 전쟁(1964~1975)이다. 미국은 미국이 최초로 패배한 전쟁이라는 불명예를 얻었으며, 병력 5만6,000명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만 했고,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신 추락이라는 치명적인 손해를 입었다.  그보다 더 큰 손실은 미국인들이 자기 나라의 힘에 대해 자신감을 잃은 것이었다. 전후 참전했던 용사들의 사기 또한 높지 못했다. 그러나 꿈보다 해몽이라고, 역사는 해석이 중요하지 않았던가, 미국 학자들은 ‘전쟁에 참전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러나 참전용사는 애국자라고’ 평가 했다. 이러한 평가는 국내에서는 갈등과 전쟁상처 치유에 큰 도움이 되었고, 국제적으로는 적국이었던 베트남과의 국교를 정상화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최근 서점가에는 일반시민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하면서도 학문적인 바탕을 게을리 하지 않는 많은 역사책들이 나와 있다. 심한 가뭄과 연일 푹푹 찌는 삼복더위도 이젠 지났다. 책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 오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가을 많은 사람들이 역사책 한권 정도는 읽어 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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