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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문학 울산, 기억하는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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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영 시인·비평가
  • 승인 2017.08.24 22:30
  • 댓글 0

 

문 영 시인·비평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事實)이지만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史實)의 기록이다. 그러나 역사 서술에 있어서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서술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랑케를 비롯한 실증주의자와 과거의 사실(史實) 자체로는 의미가 없으면 현재적 해석을 통해 역사는 의미를 갖는다는 E.H 카의 견해가 있다. 카의 관점은 절충적인 성향도 있지만 주관주의 역사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타리크 알리 같은 사상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역사는 모두 과거와 관련이 있으며 과거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현재도 설명할 수 없다고 「역사는 현재다」라는 책에서 말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가 가치 있는 사실(史實)의 기록을 남기고자 하고, 남기는 것이라면 문학은 인간의 삶과 기억의 기록이다. 역사가 일어난 일의 선택적 기록이라면, 문학은 일어난 일과 일어날 수 있는 일까지도 포함한 구체적이거나 허구 또는 메타포이다. 가령, 중국 진수의 「정사 삼국지」역사 기록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소설을 비교해 보면 이 같은 사실은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史實)이 아닌 일이 문학에서는 상상과 허구로 서술된다.


  역사가 사실 중심이라면 문학은 인간과 삶이 중심이다. 역사가 직선적인 시간을 대변한다면 문학은 순환과 회귀의 시간을 말한다. 순환과 회귀는 신화적 세계관이며, 회귀는 과거에 대한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역사의 직선적 시간을 근본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이때 근본은 인간은 왜 사는지, 어떤 게 진실인지, 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것인지 따위를 묻는데서 비롯된다.


 그러니까 문학은 질문과 기억이 중시된다. 이때 질문은 기억하는 언어들을 요구한다. 그런데 기억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다. 인간의 삶은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살다가는 유한성을 가진다. 


  삶이 기억되는 시간과 공간이 문학이 된다. 예를 들어 현대소설의 길을 연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보면,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에 사는 삶 또는 사람들의 어둡고 무기력하며 타락한 모습, 즉 마비된 의식들을 보여주고 있다.


「더블린 사람들」에 나오는 인물들, 즉 앞에서는 종교를 내세우면서 뒤에서는 성직 매매를 하는 성직자, 물질적으로 상업화된 사회에 앞에 진정한 사랑과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사춘기 소년과 사회적 신분 상승이 허망하게 좌절되는 사람들과 권력과 자본에 아부하면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인물과, 이해타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사랑을 거부하는 인물들, 남 헐뜯기와 경제적 이익만 챙기면서 시민들에게는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이나 남발하는, 불성실하고 야비한 정치인들의 타락과 배신 등 그들은 한결같이 소외되고 고독한 인물들이다.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에서 더블린의, 침체된 삶을 기억의 언어들로 드러내었다. 이처럼 문학은 역사가 기록하지 못하는 구체적 삶을 기록한다. 역사는 더블린이 아일랜드 수도라고 기록하지만 문학은 더블린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문학은 인간과 삶의 근본을 향하여 끊임없이 질문한다. 진실이 거짓의 맨얼굴이고 삶은 자랑할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의 의미를 묻는 게 문학이다. 문학은 질문과 기억되는 삶을 기록함으로써 거짓과 위선의 민낯인 진실을 드러낸다. 문학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아는 체 포즈를 취하면서 얼굴 드러내기 급급한 사람들은 삶의 근본에 대해 질문하기를 회피한다.


 또한 문학은 순환과 회귀의 시간으로 되돌아온다. 되돌아온다는 말은 깨우친다는 말이다. 그것은 현재 이 순간과 여기 이 공간이 기억의 언어가 되고 문학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현재(시간)에 울산(공간)의 삶을 기억하는 언어들이 문학 울산이고 문학이다. 만약 우리가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처럼 흘러가고 사라지는 삶을 사랑한다면 ‘울산 사람들’의 침체된 의식을 기억하는 문학을 홀대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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