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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시] 나는 컵, 라면
17면 기사보기 신문보기 JPG
  • 양아정 시인
  • 승인 2017.09.05 22:30
  • 댓글 0

 

바다와 강이 만나는 그 어느 지점에서 앉아있다 보면
파도가 시멘트바닥을 간 보듯 올라 온다
금 그어진 세상 밖을 기웃거리며 
돌아선 발걸음은 잽싸게 미끄러져 간다
컵 속에 웅크리고 있는 파도 
적당량의 물을 만나 풀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즉석 바다,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수위를 넘어선 파도 
발 없는 말이 
매립지를 떠돌아 다닌다
파도가 거세되는 뚜껑을 닫고 

비로소 되살아나는 액체의 감정들, 면발들

애초에 갱년기를 겪어야만 하는 종족인지 모른다
포장된 하늘과 잘 분쇄된 구름이 첨가된 
수프는 문패처럼 걸려 있고
선을 지키는 자만이  
면발 뼛속까지 다가서는 풍만한 저녁  
주둔지가 없어도 
적셔줄 물기만 끓일 수 있음
양식 같지 않은 양식이 
반가사유하는 
컵 속 
미륵보살 

 

 

양아정 시인

◆ 詩이야기 : 술시에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은 아름다웠다. 광안리 수변공원 끝자락, 바다인 듯 강인 듯 출처를 알 수 없는 파도가 보살처럼 다가온다.

◆ 약력 : 2005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푸줏간집 여자」를 냈다.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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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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