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출발 압록강 유람선 관광
헐벗은 북한 신의주 주민 사파리
대표적 ‘과거로의 여행’ 자리잡아

함북 길주 풍계리 6차 핵실험장
반(反)이상향 ‘디스토피아' 상징
언젠가는 또다른 투어 현장 될 듯

 

김병길 주필

‘린젠 사파리(인간 사파리)’ 투어라는 게 있다. 출발지는 압록강 인근의 단둥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신의주 일대 북한 주민들을 둘러보는 관광코스다. 선장에게 팁을 좀 더 주면 북한 지역에 더 가까이 배가 접근한다. 마치 테마파크의 ‘사파리 투어’를 방불케 한다.

북한이나 미국 버펄로를 여행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의 버펄로는 1950년대까지 미국 화학 산업의 중심지로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공해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화학 공장들이 잇따라 외국으로 떠나자 황폐한 도시로 전락했다.

그런데 2014년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가 개발한 버펄로 여행상품이 등장해 독극물 매립지와 폐쇄된 정신병원, 버려진 쇼핑몰 등을 보여준다. 특히 이용객이 거의 없는 버펄로 지하철 체험은 평양을 떠올리게 한다.

버펄로 외에도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접근하기 힘든 나라인 투르크메니스탄과 러시아 극동 지역 마가단에 있는 옛 소련 강제노동수용소, 원전 폭발 지역인 체르노빌 여행 상품도 있다.
이런 여행 상품들은 반(反) 이상향을 뜻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를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잘 살 것이라는 근대화의 환상에서 깨어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른바 대표적인 ‘과거로의 여행’으로 알려진 북한 여행담을 들어보면 평양건설회사 근로자는 월급 8달러를 받는데 관광가이드 여성은 구치나 프라다 같은 명품백을 들고 다닌다. 평양 거리는 상업광고를 볼 수 없는 세계 유일의 수도이다.

전·현직 영국기자들이 쓴 책 ‘조선 자본주의 공화국’에 따르면 평양에선 새로운 바(bar)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장마당에서 8달러에 팔리는 MP3 플레이어엔 주로 한국 가요를 넣어 듣는다. 평양시내 인기 아파트는 10만 달러를 호가하고 젊은 연인들은 돈을 조금만 내고 빈 가정집을 빌려 사랑을 나눈다. 다들 ‘폐쇄국가’로만 알았던 북한에 ‘소비의 욕구’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출현하기 시작했으며, 최악의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꿈틀거리며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에 갔을 땐 현지 안내원이 김일성 부자 밀랍상에 절을 하라고 강요해 불쾌했다는 관광객도 있다. 김일성 부자상에 절하며 우는 주민이 있어 가이드에게 왜 우는지를 물으니 “위대한 지도자와 너무 닮아서”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풍계리 6차 핵실험 이후 중국 동북지방 사람들은 방사능 오염 공포에 빠졌다. 핵실험 여파로 대기와 토양, 지하수 등이 방사성 물질로 광범위하게 오염됐거나, 장기간에 걸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6차 핵실험을 한 지 약 8분 30초 뒤에 발생한 규모 4.1~4.6의 ‘함몰지진’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진도 5.7~6.3에 이르는 인공지진의 진앙지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북한 6차 핵실험장은 만탑산(해발 2,205m)의 수백m 두께 화강암 암반에 둘러싸여 있다. 1~5차 핵실험 때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함몰이 일어났다는 얘기가 없었다. 정확한 오염 범위를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지반 붕괴로 최소 반경 1km는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는 상대적으로 반감기가 짧은 요오드는 물론 세슘,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토양, 해양, 지하수 등 환경을 크게 오염시켰다. 1940~1060년대 이뤄진 미국, 소련의 지상 핵실험을 통해서도 전세계 대륙과 해양이 광범위하게 오염돼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방사성 세슘 등이 검출되고 있다.

핵은 70년 전에 등장한 구시대 전략 무기이다. 위력이 너무 커서 기존 핵보유국가 외에는 가지지 못하게 하는 핵화산금지조약(NPT)이 나왔다. 핵은 상호공멸이라는 ‘공포의 균형’에 의해 억제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태백산맥 줄기 어딘가에 동굴이라도 파고 핵무기를 개발해야 할까.
가장 접근하기 힘든 나라, 반(反) 이상향 디스토피아로 달려가고 있는 북한이 우리나라의 반쪽이라는 사실이 더욱 비참하다. 풍계리 ‘핵실험 사파리 투어’ 관광상품이 언젠가는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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