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볼모로 돈을 벌겠다는 얘기밖에 더 되나, 참지 말자"

 

 

 

맘카페에서 공유되고 있는 사진.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고 심지어 확인까지 요구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노컷뉴스 자료사진)
전국 사립유치원 상당수가 18일 휴원 강행을 예고하면서 아이를 볼모로 잡힌 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휴원안내문'을 사실상 '통보문'이라고 읽는 부모들은, 유치원 측의 거듭된 몽니에 조직적인 저항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기름을 부은 것은 사립유치원 측의 '부모 동원' 시도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국공립 유치원 확대정책 폐기와 사립유치원 재정지원 확대라는 그들의 요구에 부모들의 동의를 강요했다.  
물론 '동의하시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유치원 측은 탄원서 명단을 작성해 제출해 달라는 내용을 휴원안내문에 담았다. 부모들은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 안내문을 직접 찍어 공유하고 있다. "더 이상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다. 

새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기조에 사립유치원 측이 앞서 휴업 가능성을 운운한 바 있는데, 결국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는 휴가 내기 어려운 추석 연휴 직전 휴원을 강행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관련 휴원을 이끌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측 전화번호를 게시하며 항의 전화를 하자는 제안도 관심이 높다. 

청와대 청원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사립유치원 보육료 인상 등 집회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에는 지난 2일부터 11일 오후까지 8천 명 가깝게 동의가 이어졌다. 여기는 "학부모와 아이들을 봉으로 알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횡포를 막아달라", "교육자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아이들 수업권을 볼모로 한다"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청와대 청원사이트에는 일주일 새 수천 명이 몰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학부모들은 또 사립유치원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조목 조목 반박하는 글들도 서로 퍼나르며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국공립은 98만원 지원금인데 비해 사립 누리과정은 22만 원만 받는다'는 사립유치원 측 주장과 관련해 실제로 사립유치원이 누리과정 뿐 아니라 교사 처우개선비와 급식비 등을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표까지 만들어가며 꼼꼼하게 지적한 글도 눈에 띈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목동의 한 학부모는 "국공립을 원하는데 사정 상 사립을 보내는 게 저나 주위 학부모 대부분의 상황"이라며 "나라에서 사립에 지원하는 돈이 방과후 활동비까지 29만원이고, 제가 따로 내는 돈이 40만원이 넘는데, 휴원까지 한다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유치원을 '사유재산'이라 주장하며 당국의 감사를 거부하는 사립유치원 측 행태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휴원 참여 유치원 행정감사 철저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도 제기됐다. "사립유치원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면, 그걸 입증할 수 있는 감사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의 자녀를 위해 청와대 청원에 참여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어린 자녀를 둔 30대 워킹맘인 김정아씨는 "인터넷 카페나 SNS에서의 활동이 활발한 분위기라, 과거처럼 내 자녀만 불이익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보다는 이제는 부모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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